배우들의 빛나는 연기력만으론 스토리를 채우지 못해 아쉬움 남아...

 
 
뮤지컬 '로빈훗'은 2015년 상반기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뮤지컬 작품이다.

로빈훗은 '삼총사', '프랑켄슈타인' 등을 함께한 왕용범 연출과 이성준 음악감독의 콤비로 기대를 모았으며, '로빈훗'역에 유준상, 이건명, 엄기준 외에도 '필립왕세자'역에 박성환, 규현, 양요섭 등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뮤지컬 스타들의 총 출연으로 숱한 화제를 낳기도 했다. 실제로 티켓 오픈과 동시에 예매순위 1위에 등극, 많은 기대감을 높였던 작품이다.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며 대극장에서 웅장함과 대서사시를 그려낼 것으로 평가 받기도 했다. 사실 이 작품은 무대세트와 의상 등 시작부터 관객들에게 충분히 웅장함과 기대감을 심어준다. 하지만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어내지는 못한 듯하다. 무엇이 문제일까.

먼저 강렬하고 화려했던 1막이 펼쳐진다. 1막은 리처드 왕의 시해와 길버트의 배신, 로빈록슬리 가족의 몰살, 필립왕세자의 철부지 행동, 셔우드 숲의 의적과 로빈훗의 만남 등 탄탄한 연기력으로 무장한 배우들과 상당히 빠른 극 전개로 관객들의 시선을 단번에 빼앗아버린다.

특히 거대한 무대장치의 빠른 변화와 강렬한 음향, 그와 더불어 배우들의 동선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순식간에 몰입하게 만든다. 서영주가 분한 '존 왕'의 다소 의외의 모습조차 단지 '웃음포인트'로 치부될 정도였다.

 
 
1막에서의 탄탄한 스토리와 완성도 높은 무대구성 등으로 관객을 사로잡으며 기대감을 높였던 로빈훗은 2막에 들어서 그 동력을 상당 부분 잃어버린다.

반역자 길버트와 존 왕, 그리고 극중 여주인공인 마리안의 넘버 등은 힘이 넘치는 무대로 각자 심리적 상태를 잘 표현하기도 했다. 주요 배역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의미를 너무 크게 부각하려 한 것일까. 오히려 많은 시간 할애를 통해 담으려 했던 이야기는 반사적으로 관객들은 지루함을 준다. 하지만 '길버트'역으로 분한 박진우의 모습에서는 넘치는 카리스마와 짜릿함을, 주요 배역들의 모습에서는 연기에 대한 내공이 느껴져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다.

결국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 한 것인지 이야기 흐름은 주인공 의적 로빈훗에 의한 이야기도, 필립왕세자에 의한 이야기도 아닌 게 되어버리며 1막에서의 집중력마저 흐트러지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익히 관객들이 알고 있는 의적 로빈훗의 내용과는 조금은 다른 내용으로 변주되어 버린 부분도 아쉽다. 작품자체의 이상적인 완성도를 꾀하기 위해 어느 정도 변주를 하는 것은 연출가의 자유라고 할 수 있다. 원작인 독일 작품을 한국 무대에 올리기 위해선 한국 관객의 정서도 감안해야 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에 대한 변주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였고, 시대극에 기초한 대서사극을 표방하지만 코믹극이 되어버린 결말 등은 관객들에게 이해시키기 어려워 보인다.

공연을 마치고 커튼콜 무대에서 기립박수가 펼쳐졌다. 하지만 이는 탄탄한 연기력으로 빈약한 이야기를 풍성하게 메워준 배우들에 대한 경의의 박수였다. 최선을 다한 배우들에게 기립박수를 보낸 수많은 관객들이 이 공연의 하이라이트가 아닌가 싶다.

 
 
한편 뮤지컬 로빈훗은 숱한 화제에 부응하듯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뮤지컬 스타의 캐스팅, 화려한 무대와 의상, 대서사극을 표방하는 커다란 스케일을 자랑하는 작품이다. 셔우드 숲과 왕궁을 배경으로 정의를 실현하려는 로빈훗과 진정한 왕의 재목으로 성장하는 필립 왕세자의 뜨거운 스펙터클을 담은 뮤지컬 '로빈훗'은 3월29일까지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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