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쉽고 뜻도 좋은 순 우리말 이름 화장품 '눈길'

▲ 아이소이 한글이름 제품, 웅진코웨이 올빚 ‘윤보함 크림’, 다나한 로고, 아리따 한글 글꼴(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 아이소이 한글이름 제품, 웅진코웨이 올빚 ‘윤보함 크림’, 다나한 로고, 아리따 한글 글꼴(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한글날은 지난 1991년 국경일과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그러다 2005년에 다시 국경일로 지정됐지만 공휴일이 되지는 못했다. 그런 탓일까? 올해 정부 조사에 따르면 한글날을 10월9일로 알고 있는 성인은 64%에 불과했고, 20대의 경우 32.7%만 한글날을 알고 있었다.

매년 한글날이 찾아오면 각계에서 “갈수록 외국어 브랜드가 홍수를 이룬다”, “한글 브랜드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최근에는 최소한 한글날 하루만이라도 우리말과 글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가고 있다.

실제로 외국어의 범람이라는 현상은 화장품 업계에서 더욱 심각해, 출시된 화장품 중 거의 대다수가 외국 브랜드 명을 사용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순수 우리말로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었을 때 소비자가 그 화장품을 고급상품으로 인식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화장품 브랜드는 신비감, 고품격, 아름다움 등을 연상시켜야 하는데 우리말로는 이런 이미지를 주기 힘들다는 것. 또한 세계적인 브랜드와 내수시장을 놓고 격돌하는 상황에서 한글 브랜드 채택은 더욱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이처럼 한글이 홀대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국내 화장품 브랜드 가운데 순 한글로 만들어진 이름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아이소이는 지난해 한글날에 맞춰 피부 재생, 보습, 트러블 예방에 큰 효과가 있는 기능성 천연 화장품을 출시했다. ‘내 피부 속에 마르지 않는 옹달샘 촉촉스킨’, ‘눈가 주름 꼼짝마 눈가가 활짝, 아이젤’, ‘모공 속까지 털렸다 오직 수분만 남겨 놓은 착한 클렌징폼’과 같이 한글로만 구성된 8종의 새로운 라인을 선보여 이름만 봐도 화장품 기능에 대해 알 수 있게 했으며, 보는 재미도 선사했다. 아이소이의 한 관계자는 “화장품은 꼭 외국어야 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한글만으로도 더 고급스럽고 소통이 편한 화장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소망화장품의 다나한은 우아하고 단아한 한국 고유의 미인상을 담아 탄생했으며, 한글의 아름다움과 철학을 세계에 알리고자 노력하는 예술인 강병인 작가와 뜻을 모았다. 유연하게 흐르는 ‘ㅎ’의 빛으로 새롭게 탄생한 다나한 BI는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글자인 ‘한(韓)’과 함께 우리 조상들의 동의한방 지혜를 상징한다. 한 송이 꽃처럼 피어나 오롯이 앉은 여인의 고운 자태와도 같은 단아함 속에서 격조 있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지난 7월 명동에 이어 낙성대 오픈한 바이오콜라겐과 식물줄기세포 화장품 브랜드 ‘새라제나’는 ‘새로운 자아’라는 순 우리말이다. 화장품 ‘새라제나’가 선사하는 새롭고 건강한 피부변화로 새롭게 개선된 자아, 그 자아가 누리는 특별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다는 브랜드 의미를 담고 있다.

웅진코웨이가 지난해 선보인 화장품 브랜드 ‘올빚’도 순우리말로 ‘올곧게 빚은 오늘의 한방’을 줄인 표현이다. 웅진코웨이는 올빚을 통해 한방화장품 브랜드 시장에 진출, 증류한약 제조법을 이용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기업 자체적으로 ‘한글문화 나눔 활동’을 한 예도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05년부터 개발하기 시작해 자족별로 개발이 완료되는대로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한글 전용 글꼴 ‘아리따’를 발표한 바 있다. 일반인들과 함께 공유함과 동시에 새로운 기업문화 정립을 위해 문화적이고 감성적인 타이포그래픽 아이덴티티 전략을 추진한 것.

아모레퍼시픽 측은 “아리따 글꼴이 기업 아이덴티티의 전용 글꼴로서의 역할을 실행할 뿐만 아니라 대중에게 널리 보급하여 나눔의 가치가 공유되길 희망한다”면서 “이를 위해 아모레퍼시픽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아리따 글꼴의 개발에 힘을 기울여 현재 개발 완료한 돋움(고딕)체적 느낌을 지닌 글꼴과 더불어 바탕(명조)체적 느낌을 지닌 글꼴도 추가로 개발하여 배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화장품 브랜드 외 순우리말로 지은 타산업 중소·중견기업 제품도 눈길을 끈다. 지오나스의 ‘아이코자’, 비비에스케어의 ‘행순이맘’, 로봇청소기 회사 마미로봇의 ‘짜루’ 등 순우리말로 제품의 인지도와 친밀도를 높이려는 제품이 선보인 바 있다. 

신원경 기자 lovesleep28@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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