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따이공 무역 규제 강화와 뒤이은 메르스 확산 사태. 잇따른 악재에 국내 화장품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대부분의 화장품기업들이 올해 매출 목표 달성을 포기했고 상장·등록사의 주가는 급락했다. 중소기업들은 생사를 걱정하는 지경이 됐으며 유통가에는 한숨소리만 드높다.

다행히 메르스가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지만 길게는 2분기 내내, 짧게는 최근 한 달 여를 허송세월한 후폭풍은 이제 시작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유례없는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호황이라던 국내 화장품산업은 이번 사태를 겪으며 실체가 벗겨졌다. 예상치 못한 변수를 감당하고 대응하기에는 너무도 약한 ‘허약 체질’임이 드러난 것이다.

한국의 화장품산업이 허약 체질로 전락한데는 편식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즉 중국시장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중국의 재채기에 한국의 기업들이 앓아눕게 되는 신세가 됐다는 것이다.

국내 화장품시장이 진작부터 공급 과잉이었다는 점에서 화장품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린 건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중에서도 지리적으로 가깝고 가장 빠르게 화장품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국가인 중국을 제 1타깃으로 겨냥한 것 또한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진다.

성과는 달콤했다. 지난해 대중국 화장품 수출액은 5억3천만 달러 규모로 전체 수출액의 30% 가량을 차지했다. 물론 이는 공식 집계일 뿐, 이러저런 우회 경로를 통한 수출액은 이보다 훨씬 많다는 게 정설이다.

처음엔 국내 기업들이 한류 열풍과 기술 우위를 등에 업고 중국시장을 ‘공략’하는 모양새였을지 모르지만 어느새 상황은 반전됐다. 이제는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 생사를 의탁하는 형국이 됐다.

결국 중국 당국이 올 초부터 따이공 무역을 철저히 규제하고 나서자 적잖은 국내 기업들은 일순간 활로를 잃었다.

자국의 전자상거래 시장 활성화와 세수 확보를 위한 중국 당국의 이번 조치는 갑작스럽긴 하지만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하지만 국내 화장품업계는 이에 대한 준비에 소홀했다.

중국 일변도도 모자라 그나마도 진득하게 정상 채널을 개척하지 않고 손쉬운 우회 경로를 찾아다녔던 것이 부메랑이 된 셈이다.

여기에 메르스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마저 끊기자 상황은 더욱 어렵게 됐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숍들은 명동을 비롯한 관광상권 내 매장의 매출이 전체 실적을 좌지우지하는 실정이고 빅2 화장품기업이라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역시 최대 유통경로가 면세점일 정도로 중국인들의 힘은 막강한 터였다.

그간 국내 화장품기업들이 중국에 경도돼 내수시장 관리에 소홀하다는 점은 대내외에서 자주 언급됐던 문제다. 국내 소비자들이 서운함을 느낀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더욱이 너도나도 중국에서 먹힐 아이템을 만든다는 명분하에 최근 몇 년간 미투 마케팅은 한층 극성이었고 이로 인한 소송전도 예사였으며 이는 곧 스스로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국내 화장품산업을 허약 체질로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모 화장품기업 대표는 “최근 몇 년간의 수출 활황이 견고하지 못한 거품이었음이 입증됐다”며 “이제부터라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수출국을 다각화하고 중국시장 또한 면밀한 시장조사와 법·제도 검토를 거쳐 지속가능한 기반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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