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는 끝까지 남는 사람이 이기는 것”

결점 없는 피부, 눈부신 외모의 완성은 메이크업이다. 아름다움으로 시선을 압도하고 많은 여성들의 워너비가 되는 배우와 모델 뒤에는 그녀들의 ‘미’를 창조해주는 이들이 있다. 전면에 드러나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뷰티 트렌드를 이끌고 여성들의 아름다움을 발견해내어 이끌어주는 그들. 바로 메이크업 아티스트다. 고객과 만나는 현장에서 혹은 촬영장에서, 또 백 스테이지에서 얼굴이라는 하얀 도화지에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나가는 톱 메이크업 아티스트들과의 릴레이 인터뷰.

▲ 로라 메르시에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 한현종 차장
▲ 로라 메르시에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 한현종 차장
지난 10월 27일 ‘간절한 대학생의 글, 읽어주시겠어요?’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메일을 받은 기자는 설레는 마음으로 메일을 열어 보았다. 그 속에는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차지은 학생의 용기와 도전이 있었다. ‘죽기 전에 못 먹은 밥이 생각나겠느냐, 못 이룬 꿈이 생각나겠느냐’라는 글을 보고 자신의 꿈에 대해 고민했고, 자신이 즐겨할 만한 일,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꿈을 갖게 되었다며 부담스럽겠지만 메이크업 아티스트 인터뷰에 동행하고 싶다는 부탁의 글이었다. 기자는 꿈을 위해 손을 내민 그녀의 열의 있는 행동, 용기 있는 도전, 기특한 당돌함에 미소가 떠올랐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만나러 가는 길이 너무 떨리고 긴장된다는 그녀와 함께 로라 메르시에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 한현종 차장을 만났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한현종 아티스트의 진심어린 조언은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꿈꾸는 많은 후배들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따뜻한 감동으로 다가가리라.

# 남자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메이크업 업계의 틈새시장?

어렸을 때 의상디자이너가 되는 게 꿈이었으나 가구 디자인학과에 진학하게 됐다. 졸업 후 한샘에서 가구 디자이너로 근무했는데, 드라마 속 화려한 모습만 생각했던 나는 먼지나는 목공실에서 일하는 일상 속에 깊은 회의감에 빠졌다. 그때 메이크업을 하는 친구의 권유로 메이크업 학원에 다니게 됐고, 조성아 원장님에게 메이크업을 배웠다.

여자들은 메이크업을 잘하던 못하던 해봤기 때문에 조금만 배워도 금방 늘었지만 남자인 나는 메이크업을 처음 접해본 터라 어려웠고 잘하지도 못했다. 하루 중 4시간 정규 수업 외 시간은 연습, 또 연습이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메이크업을 잘 할 것 같다, 잘 풀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조성아 원장님께 “지금 당장 프로로 나가도 될 것 같다”는 칭찬도 들었다. 날아갈 것만 같았다. 그래, 바로 이거야, 틈새시장! 많은 여자들 속에서 잘 하는 남자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성공할 거야.

# 로라 메르시에, 나와 함께 출발~

바비 브라운에서 매장 소속 아티스트로 1~2년 간 일을 하다가 로라 메르시에에서 프로모션팀 제안을 받고 자리를 옮기게 됐다. 로라 메르시에는 전체 색조 브랜드 중 17위를 차지할 만큼 외국에서 유명하다. 국내에는 2004년에 론칭됐으며, 나는 2006년 초에 로라 메르시에와 손을 잡았고 나와 함께 시작된 브랜드로서 같이 성장해 나갔다. 그래서 더 애정이 듬뿍 담긴 이곳.

# 내성적이던 내 성격도 바꿔준 메이크업 아티스트 인생

원래 내 성격은 숫기 없고 소심한 편이었다. 모르는 길에서 헤맬 때도 소심한 성격 탓에 사람들에게 묻지도 못하고 간판을 보면서 헤매고 또 헤매다가 겨우 찾아가는 성격이었다. 그러나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면 다양한 고객들을 접할 수밖에 없고, 친절한 마인드로 먼저 다가가야 했다. 지금은 직업병인지 지하철을 타면서, 버스를 타면서, 길을 가다가도 여성들의 얼굴을 유심히 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만큼 내 성격이 대범해진 것.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게 내 꿈이다

메이크업을 늦게 시작했는데도 수석 자리까지 올라왔다. 나를 보고 많은 후배들이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 나는 운이 좋았지만 그만큼 노력도 했다. 얼마나 열심히 하고, 얼마나 많은 고객들을 만족시키느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메이크업에 관심을 갖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만큼 다른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것.

수석에까지 올랐으니 더 올라갈 곳이 없다? 천만의 말씀. 로라 메르시에처럼 아시아를 대표할 만한 제품을 개발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또 내 이름을 건 브랜드까지 내는 게 내 최종 목표이다. 당연히 고객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대표할만한 제품을 말이다.

# 학생과의 미니 인터뷰

▲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4학년 차지은 학생과 한현종 메이크업 아티스트와의 만남
▲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4학년 차지은 학생과 한현종 메이크업 아티스트와의 만남
신상품, 한정판에 관심이 많은  어머니를 뒀다는 차지은 학생은 엄마의 화장대에 얼마나 많은 화장품이 있는지 20살이 돼서야 알았다고 한다. 그녀는 엄마의 화장품 하나하나가 신기하고 너무 예뻤고, 여자라서 행복했다. 또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그림과 접목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 일하는 시간 외에도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좋아할만한 일을 찾다보니 그 꿈이 바로 메이크업 아티스트. 그녀와 한현종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미니 인터뷰가 이어졌다. 용기 있고 도전하는 정신이 멋진 학생, 열의가 넘치는 학생의 예쁜 모습을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면서...

Q.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
A. 우리나라는 아직 메이크업 아티스트 공인 자격증은 없다. 한국메이크업협회 등에서 발행해주는 자격증이나 학원 수료를 해도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동할 수 있다. 그러나 학원 선택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 어떤 학원은 제품만 사게 하고 커리큘럼이 특별한 게 없는 반면 어떤 곳은 제품은 학원에서 빌려서 쓰게 하고 탄탄한 커리큘럼을 갖고 있다.

Q. 매장 상주 아티스트에서 프로모션 팀으로 전향하는 것은 일종의 승진 개념인가
A. 보통 프로모션 팀을 신입으로 뽑는 경우는 없다. 메이크업 스킬, 브랜드에 관한 상식, 카메라 테스트, 스피치 등 각 브랜드마다 테스트가 있다. 그 테스트를 거쳐야 프로모션 팀으로 소속될 수 있다. 프로모션 팀은 뷰티클래스와 같은 메이크업 쇼에서 고객과 직원들에게 교육해야 하고, 또 고객을 만족시켜야 하기에 어느 정도 넉살도 좋아야 한다. 무엇보다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위로 올라가고 싶다면 적을 만들지 말라.

Q. 어시스턴트 같은 경우 박봉이라고 들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하려는 이유는
A. 어시스턴트는 월급도 적지만 스케줄 또한 매우 불규칙하다. 갑자기 생기는 스케줄에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서 밤늦게 일을 마치는 경우가 대다수라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의 꿈만 생각하는 것.

조성아 원장님도 본인이 혼자 성공한 케이스다. 조성아 원장님이 메이크업을 처음 시작했을 당시 압구정 맥도날드에서 하루 종일 앉아 포트폴리오를 만들 모델을 찾았다고 한다. 몇날 며칠을 찾다가 일반인 중에 괜찮은 사람이 지나가기에 모델을 해달라고 제안했고, 그 포트폴리오로 많은 메이크업 쇼를 진행했으며, 몇 년이 지난 후 그 고객에게 연락이 와서 웨딩 메이크업을 해줄 수 있냐며 부탁을 받았다고 한다. 이렇게 유명인이 될 줄 몰랐다면서.

Q. 나와 같이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A. 섣불리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길로 들어서지 마라. 끝까지 갈 자신이 없다면 시도조차 안 하는게 좋다. 한번 시작했으면 끝까지 가봐라. 내 스승께서 하신 말이 생각난다. “아티스트는 끝까지 남는 사람이 이기는 것”

본인 스스로 자기 관리를 잘해야 한다. 항상 남들보다 트렌드에 민감해야 하고 앞을 내다볼 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늘 잡지를 보고, 작은 것도 귀담아 듣고, 메이크업 브랜드, 트렌드 공부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여성들이 한번 화장하고 마는 것이 아니다. 계속 변화하는 트렌드를 놓치면 안 된다.

또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비위를 잘 맞춰야 한다. 아니 그것을 즐겨야 한다. 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사람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그 사람에 맞출 수 있어야 한다. ‘아는 사람 하나 더 만들어서 좋아’라는 생각으로 일을 해야 한다.

# 한현종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전하는 메이크업 팁

 
 
1. 로라 메르시에의 철학은 ‘결점 없는 피부표현’
프랑스 남부에서 태어난 로라 메르시에는 미술적인 재능을 17세부터 시작한 메이크업으로 승화시키면서 본격적인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의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결점 없는 피부표현의 철학을 바탕으로 로라가 개발한 프라이머(Primer)는 ‘기초’의 뜻도 있지만 ‘접착제’라는 뜻도 있다. 오랫동안 파운데이션을 지속시키는 것이 바로 프라이머다. 컬러가 섞이고 섞이면 검정색의 탁한 컬러가 나온다. 이처럼 메이크업 베이스에 컬러가 들어가는 것을 바르면 처음에는 화사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유분기와 합쳐서 다크닝 현상이 생긴다. 일반인은 연예인이 아니다. 오전에 한 메이크업이 퇴근까지 유지돼야 하기에 프라이머를 꼭 추천한다고.

2. 건조한 겨울철, 고보습 에센스 추천!
건조하고 메마른 겨울철, 대부분의 여성들은 크림 제형을 많이 바르게 된다. 그러다보면 파운데이션이 밀리고 들뜨는 경우가 생기는데, 들뜸 현상을 없애고 피부 속 깊이 수분을 채우기 위해서는 고보습 에센스 타입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3. 아름다움은 꾸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장점을 강조하는 것
모든 사람은 예쁜 부분이 하나씩 있다. 인형같이 큰 눈, 불그스레한 소녀 같은 볼, 앵두 같은 입술, 새하얀 맑은 피부 등 자신이 지닌 장점을 부각시켜라.

라인 하나도 선을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눈매가 달라 보인다. 한국 사람들은 라인만 따라가 꼬리모양으로 끝을 닫는데 그러면 오히려 눈이 작아보이므로 가운데부터 일자로 그려서 밑에 선과 맞춰주는 아몬드 형태로 만들어준 후, 점막과 속을 채우면 눈이 쏙 들어간 것처럼 보이고 더 또렷해 보인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버건디 컬러를 입술 전체에 바른다면 저승사자 같아 보일수도. 입술 베이스로 버건디 컬러를 바르고, 아랫입술 안쪽에만 글로시한 틴트를 발라준다면 좀 더 섹시하고 매력적인 입술이 탄생한다.

4. 손등을 이용해서 화장품을 발라라
메이크업에 자신 없는 여성들이 많은데 베이스 메이크업을 할 때 얼굴에 제품을 찍어놓고 바르지 말라.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양 조절을 잘 못하기 때문에 치크나 파운데이션, 라이너 등 손등을 이용해 색을 보고 양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시크릿 카뮤플라지 : 두 가지 색상으로 구성돼 다크 서클, 미세한 주름 및 결점까지 커버되며 지속력과 자연스러운 피부표현이 뛰어난 컨실러 크림이다.

파운데이션 프라이머-하이드레이팅 : 초강력 수분베이스로, 하루 종일 메이크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완벽한 피부를 표현해준다.

모자이크 쉬머 블록 : 4가지의 은은한 펄 파우더가 한 번의 터치로 눈, 볼, 페이스, 보디까지 매혹적으로 빛나게 연출해준다.

신원경 기자 lovesleep28@beautyhankook.com
사진=김세진(studiomand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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