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끝내는 아모레·LG, ‘쿠션 화장품은 우리끼리’ 합의에 업계 반응 냉랭

 

 
 

쿠션 화장품을 놓고 2012년부터 최근까지 3년여에 걸쳐 법정싸움을 벌여 온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이 분쟁 종결을 선언했다. 각자 보유하고 있는 화장품 및 생활용품 분야의 등록특허에 관해 상호 통상실시권 허여 계약을 체결하고 관련 소송을 서로 취하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계약에 따라 LG생활건강은 아모레퍼시픽이 특허권을 가진 ‘쿠션 화장품’을 제약 없이 생산·판매할 수 있게 됐다. 그 대가로 아모레퍼시픽은 LG생활건강의 ‘치아미백패치’ 특허권을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양 측이 ‘쿠션 화장품’과 ‘치아미백패치’에 관한 특허권을 주고받은 셈이다.

지난했던 소송전을 뒤로하고 서로 양보의 미덕을 발휘하며 아름다운 합의에 이르렀건만 이를 보는 화장품업계의 반응은 냉랭하다.

그렇지 않아도 시장의 과반을 장악하고 있는 양사가 사실상 ‘우리끼리만 쿠션 화장품을 판매하자’라는 결론을 내린 셈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의 덕에 아모레퍼시픽이 쿠션 화장품 관련 특허권을 상실할 위기를 넘겼다고 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12년 9월 LG생활건강이 자사 제품인 ‘아이오페 에어쿠션 선블록’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서울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5월 “아모레퍼시픽의 해당 기술은 진보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기술 분야도 동일하고 다른 제품의 구성으로부터 일반적인 기술자가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라는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LG생활건강이 2012년 11월 쿠션 파운데이션과 관련된 특허를 무효로 해달라며 낸 소송에서도 아모레퍼시픽은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 대법원에서 모두 패했다.

다만 쿠션 파운데이션의 에테르 폴리우레탄 소재에 대한 특허 무효소송에서는 특허심판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은 바 있다. LG생활건강이 이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하며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합의가 이뤄졌다.

모 화장품기업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이 LG생활건강과의 소송에서 거듭 패배하고 남은 소송의 결과도 확신을 갖지 못한 나머지 쿠션 화장품시장의 지배권을 놓칠까 마지못해 합의를 선택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업계의 관심은 LG생활건강과 손을 잡기로 한 아모레퍼시픽의 다음 타깃이 어디가 될 지로 모아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우리의 권리를 인정하고 합당한 대가를 지불한다면 다른 곳과도 합의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대기업인 LG생활건강과 달리 마땅히 내줄 것이 없는 나머지 기업들은 벌써부터 걱정이 한 가득이다.

LG생활건강을 향한 시선 또한 싸늘하긴 마찬가지다. 아모레퍼시픽의 쿠션 화장품 기술에는 진보성과 신규성이 없어 특허를 인정할 수 없다는 그간의 강경한 입장을 마땅한 이유도 없이 바꾼 꼴이 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1위 기업을 향한 LG생활건강의 그간 소송전은 쿠션 화장품을 판매하는 다른 화장품회사들을 비롯한 업계 전반의 지지를 업은 대리전의 성격을 띠고 있던 터였다. LG생활건강의 주장처럼 특정기업의 독점욕이 국내 화장품산업 발전을 저해하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 정서였던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이 쿠션 화장품과 관련해 유독 국내기업에만 엄격했던 것도 LG생활건강이 여론전에서 앞섰던 한 이유다.

아모레퍼시픽은 세계 최대 화장품기업인 로레알 계열의 랑콤이 출시한 쿠션 화장품에는 애초부터 소송을 포기했고 글로벌 명품그룹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계열 브랜드인 크리스찬 디올에는 아예 쿠션 기술력을 제공하기로 양해각서까지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LG생활건강의 이번 선택으로 인해 대내외 여론은 물론 스스로 줄곧 주장해 온 논리도 손쉽게 뒤집을 수 있는 기업경영의 현실만 다시금 확인했다는 한탄이 나온다.

모 화장품기업 대표는 “양 사가 이번 합의를 두고 K-뷰티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긍정적인 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는데 도대체 무슨 소리인 줄 모르겠다”며 “소송 당사자들의 합의에 왈가왈부할 바는 아니지만 국내 화장품산업의 가장 큰 문제가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임을 둘만 모르는 모양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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