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사진=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다. 나룻배에서 사공은 선장이다. 배의 항해와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고 결정하는 리더다.

배는 길 떠나는 사람을 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존재다. 각양각색의 사람을 싣다보니 얽히고설킨 세상사 많은 사연도 함께 싣게 된다. 또한 항해도중 세찬 바람도 만나고 거센 물결도 마주치며, 때로는 배안의 승객이 질병으로 위험하거나 이상행동을 보여 항해 자체가 곤란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사공은 좁은 강 하나를 건너는데도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럴 때마다 많은 사람이 가장 안전하도록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더구나 망망대해의 항해라면 사공은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난관과 싸워 이겨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 나룻배 한 척에 선장이 많다고 한다면... 그래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너도나도 선장이라고 나서서 한마디씩 하려 한다면 당연히 배는 거꾸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참으로 풍자적인 우리 속담이다.

따라서 기업조직일수록 뱃사공과 함께 모질고 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는 일꾼들이 많아야 한다. 그래야 목적지까지 바르게 항해할 수 있다.

배를 움직이는 일꾼과 같이 조직을 위해 일하는 사람을 찾아 나선 사람이 있다. 독일의 대문호 헤르만헤세(Herman Hesse)다. 그가 발견한 사람이 레오(Leo)... 기독교 순례단의 여행기로 쓴 단편소설 <동방순례(Journey to the East)>에 등장하는 여행객의 일원이다.

하지만 레오는 같은 순례자이지만 종이나 다름없었다. 여행을 떠나본 사람은 다 알겠지만, 가장 하기 싫고 말도 많은 것이 식사준비인데, 레오는 그 같은 식사 뒷바라지는 물론 순례단의 잡일까지 도맡아 처리할 만큼 종처럼 일했다.

또 레오는 순례단의 휴식시간에 노래를 불러 활기를 불어넣어 주기도 했다. 그럴 정도로 순례단 구석구석 어디에나 그의 손길이 은밀히 미치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의 존재를 정확히 알게 된 것은 그가 사라지고 난 후였다. 그가 없으니 많은 것들이 불편해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를 다시 찾아 나섰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러자 서로 일을 미루는 등 갈등하게 되며 믿음이 사라지고, 상부상조의 가치와 사랑의 의미를 잃게 되었다. 그때서야 자신들의 진정한 지도자는, 평소 잘 난 체 하던 자신들이 아니라 레오였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하지만 레오와 같이 헌신적으로 일할 수 있는 종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레오가 없음으로 기독교적인 사명을 완수하지 못한 순례단원들은, 떠날 때의 규약에 따라 기독교종단의 심판대에 서야 했다. 그런데 심판장인 종단의 최고 지도자는 레오(Leo), 자신들이 종처럼 생각했던 바로 그 인물이었다.

이 소설을 유심히 읽은 사람이 있다. 바로 그린리프(Robert K. Greenleaf)라는 인물, 세계 최대의 기업이나 다름없다는 미국 AT&T사의 교육담당 부사장이었다.

그는 동방순례단을 보고 “조직은 ‘조직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조직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은 없다”라는 의미였다.

그린리프는 레오를 일컬어 <지도자로서의 종(Servant as a Leader)>이라고 표현했다. 또 1970년 그런 제목으로 책을 썼는데, 그 지도자 모델이 2000년대 들어 경영학자들로부터 가장 주목을 끌고 있는 ‘서번트리더십(Servant Leadership)’으로 이어졌다.

헤르만헤세가 <동방순례(Journey to the East)>에서, 또 그린리프가 <지도자로서의 종(Servant as a Leader)>에서 말한 것은 “리더는 머슴이다”라는 단 한 마디였다. 머슴이 될 수 없다면 리더도 될 수 없다는 의미다.

세계적인 경제잡지 ‘포천’이 해마다 발표하는 ‘일하기 가장 좋은 100대 기업’의 50%이상, 특히 상위 10대 기업 대부분이 주요 경영이념으로 “리더는 머슴이다”를 공식화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헤르만헤세나 그린리프의 책은 모두 예수님 말씀의 표절(?)이다.

“무릇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는 것이 분명 성경(누가복음 18:14)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사공이 되려하지 말고, 먼저 일꾼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레오가 속했던 동방순례단원들은 모두 사공이었던 셈이다. 결국 배가 산으로 가고 말아서 종단으로부터 제재를 받아야 했다.

예수님은 그런 일꾼을 ‘마음이 가난한 자’라고 했다. 겸손한 자이고, 남을 높이는 자이며, 스스로 낮아지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복이 있어 천국이 그의 것이라고 했는데, ‘포천’지가 꼽은 ‘일하기 가장 좋은 100대 기업’에서 최상위 기업들은 대부분 ‘종과 같이 조직을 이끄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포천이 지목한 회사들은 월마트, 마이크로소프트, 사우스웨스터항공, 인텔, 휴렛팩커드 등으로 현재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성장해있다. 회사 중역이 청소원들과 함께 변기를 청소하는 회사들로 알려져 있을 만큼 모든 팀장 부서장 간부들이 ‘레오’와 같이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함께 일하고 싶은 기업이 된 것이다.

2015년도 어느덧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그래서 12월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한 해 농사를 점검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새봄맞이 준비에 들어간다. 새해에는 필자도 조직 전체가 ‘천국의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 알의 밀알이 되어야겠다.

글_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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