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트워킹 인간을 원한다면 힘없는 자의 가방을 들고 함께 걷는 ‘가방모찌’가 돼 보라

▲ <글.사진=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글.사진=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지난해 11월부터 한 케이블TV에서 방송중인 <응답하라 1988>이 공전의 히트를 치고 있다고 한다. 20%를 육박하는 시청률은 케이블TV 드라마로서는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다.

당시 어렵고 힘들게 살았던 우리들의 자화상을 마치 오늘처럼 되살려 놓은 리얼함에 사람들이 빠져드는 듯싶다. 복고주의란 결국 과거로 돌아가려는 것이 아닌, 미래로 가기 위한 또 하나의 장치다.

<응답하라 1988>이 관심을 끄는 것은, 시간을 28년 전인 1988년에서 멈추어 놓은, <응답하라 2016>을 위한 마니또(Manito)의 위력이 작용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마니또’는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시간의 신’이다. 신들의 왕인 제우스가 그에게 인간의 시간을 관장하라는 임무를 주었던 것이다.

그래서 마니또는 인간세상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신들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인간들의 세계에도 사랑과 질투, 시기 등 여러 가지 드라마틱한 요소들이 많았기에 그는 인간을 사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니또는 작은 소녀와 앞을 보지 못하는 아버지가 무너지는 신전으로 들어서는 것을 보았다. 그들이 대들보에 깔려버릴 위기에 처하자 마니또는 순간적으로 시간을 멈추게 해 그들을 구해냈다. 사람들은 대들보가 갑자기 사라진 건 그저 하늘(아폴론)의 기적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재미가 들린 것은 마니또였다. 그는 아무도 모르게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해주는 ‘수호천사’로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도 당시 유행했던, 그리고 지금도 교회나 학교 동아리 등에서 친구돕기 프로그램으로 활용하고 있는 ‘마니또 게임’이 등장한다.

경험해본 사람들이 많겠지만, 요령은 우선 전체 그룹원의 이름을 적어 넣고, 제비뽑기 등을 통해 자신이 뽑은 쪽지에 적힌 친구의 수호천사가 되어야 한다는 게임이다.

한 가지 기본원칙이 있다. 마니또가 당사자 모르게 인간을 구해주었던 것처럼 제비뽑기 등을 통해 마니또로 정해지면 친구 몰래 도와주어야 한다. 들키면 안 되는 것이다.

이처럼 누구의 수호천사가 된다는 것은, 마치 자신이 신이 된 것과 같은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도움을 받는 사람에게는 약점이 될 수도 있다. 눈먼 부녀가 운이 좋아 목숨을 구했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심리다. 도우미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또 다른 마니또인 ‘가방모찌’가 등장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열린 ‘2015아시아여성리더스포럼’에 강사로 나선 조희진 제주지방검찰청 검사장(최초 여성 검사장)이 ‘가방모찌와 홍익인간 리더십’ 사례를 제시해 눈길을 끈 수호천사 논리다.

‘가방모찌’라고 하면 어는 특정인의 가방을 들어주고 잔심부름이나 하는 시중꾼(비서) 정도로 생각하지만, 진정한 ‘가방모찌’는 결혼식 때 신부를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과 같은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결혼식 날 하이라이트는 당연히 주인공인 신부가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정작 신부는 아무 정신이 없다. 어떤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할지, 미용실에서 화장과 머리 손질은 어떻게 해야 할지, 결혼식장 신부대기실은 어디며 웨딩드레스를 입고 어디로 어떻게 입장해야 할지 혼자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이다.

또 현재의 자기 모습을 살펴볼 수도 없다. 평소 같으면 핸드백 속의 거울로 비추어보고 머리나 얼굴화장 상태를 점검해보련만 결혼식 당일에는 오히려 그것조차가 어렵다.

만일 가방모찌가 가방에 거울 등 이것저것 챙겨 넣어 도와주지 않으면 대부분의 신부는 울어야 할 상황이다. 그래서 신부의 ‘가방모찌’는 신부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도록 숨어서 도와주되, 신부에게 ‘이것이 좋다’ ‘저것이 좋다’고 말하는 진정한 리더가 되어야 한다.

특히 도움을 받아야 하는 약자와 병자, 가난한 자와 외로운 자의 가방을 들어주고 함께 걷는 ‘가방모찌’라면 추운 겨울을 이겨내게 하는 진정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

‘마니또 리더십’과 ‘가방모찌 리더십’은 모두 ‘홍익인간 리더십’의 일종이지만, ‘가방모찌’는 당사들간의 인간관계와 상호협력 관계가 크게 작용한다는 점에서 더 권장할 만하다. 따라서 단순히 가방만 들어주는 정도의 ‘가방모찌’ 일이라면, 그 정도는 눈감고도 도와줄 정도의 아량은 돼야 한다.

그렇듯 홍익인간의 리더십은 한마디로 도우미의 역할이다. 하지만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라고 해서 73억 인구를 모두 돕겠다고 나설 수는 없다. 주변의 단 한 사람만이라도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이 있다면, 우선은 가까운 사람의 ‘가방모찌’가 돼 보라. 그렇게 희생적인 인간관계를 설계해 보라.

그것은 결국 자신을 위한 길이다. 조희진 검사장이 강의에서 밝혔듯이 ‘가방모찌와 홍익인간의 리더십’은 인간관계 네트워킹의 기본요소다. “정성과 배려의 리더십을 갖춘, 다른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내’가 되자”는 것이다. 결국 <응답하라 2016>의 답은 ‘약자를 위한 가방모찌’다.

필자_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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