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베트남 호치민에서 열린 ‘2016 코스모뷰티 베트남 화장품 미용 박람회’에는 한국의 화장품·미용 기업 47개사가 참여했다. 220개 남짓한 전체 참가사 가운데 한국 기업 비중이 20%를 넘은 셈이다.

한반도에서 9,000㎞나 떨어진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지난달 개최된 ‘제 49회 코스모프로프 볼로냐 미용 박람회’에는 150개사 가까운 국내 뷰티 관련 기업들이 부스를 개설해 전 세계 바이어들을 만났다.

중국 내 최대 화장품·뷰티 행사로 다음달 18일 개막 예정인 ‘제21회 중국 상하이 화장품·미용박람회’에는 280여개에 이르는 한국 기업들이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브랜드들의 폭발적인 참여 열기에 고무된 박람회 주최사는 이에 보답하는 의미로 한국을 올해 행사의 주빈국으로 선정했다.

# 빠져나가니 부실해지고 부실해지니 빠져나가고 ‘악순환’

전 세계 곳곳서 열리는 화장품·미용 전시회를 한국 기업들이 주름잡고 있다. 어느 전시회를 가든 가장 큰 규모로, 가장 눈에 잘 띠게 한국관이 들어선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만큼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며 이에 호응해 한국 제품을 향한 해외 바이어와 소비자들의 관심과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문제는 정작 안방에서 열리는 전시회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수준이 저하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외국의 바이어와 수요를 찾아 해외 전시회로 떠나고, 한국 기업들이 떠난 국내 박람회에는 외국의 바이어들이 찾아오지 않는 악순환이 어느새 고착화된 것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딜레마처럼 이 또한 어디서부터 시작된 문제인지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이 애매하다. 얻을 게 별로 없는 전시회를 외면할 수밖에 없는 기업의 입장도, 기업들의 냉담한 반응에 별다른 수를 내기 어려운 전시 주체들의 입장도 이해가 가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시시비비가 분명치 않으니 뚜렷한 해결책을 내기도 어렵다. 기업들에게 국내 박람회 참가를 강제할 수도 없고 그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의 전시회를 당장 만들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그렇다.

가뜩이나 척박한 현실이건만 각 지자체와 기관, 단체들이 나선 비슷한 성격의 전시·박람회가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저마다 눈에 띠는 특색 없이 대부분 유사한 내용과 형식이라 참가 기업 및 바이어, 관람객만 분산시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관련해 ‘K-뷰티’의 위상에 걸맞은 대표 박람회를 육성하기 위해 갖은 행사를 통폐합해야한다는 과감한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기업들의 자성과 국내 박람회 활성화를 위한 사명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28일 막을 올린 ‘헬스앤뷰티위크’의 주최사인 한국국제전시 문영수 대표는 “한국산 화장품이 세계적으로 인기라면 이를 구매하려는 이들이 한국으로 찾아오도록 만들어야 한다. 실제로 일본은 그런 태도와 방식으로 화장품산업과 전시산업을 공히 발전시켰다”며 “한국서 인정받지 못한 브랜드와 제품은 해외서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을 기업들이 분명히 인식하고 국내 시장 및 전시회의 가치와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라고 강조했다.

# 달라진 모습 보여준 ‘2016 헬스앤뷰티위크’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 1층 A, B홀 전관에서 열리는 ‘헬스앤뷰티위크’는 국제건강산업박람회, 서울국제화장품·미용산업박람회, 국제유기농산업박람회가 통합된 행사다.

이 가운데 서울국제화장품·미용산업박람회는 국내 뷰티 분야 전시회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한국미용산업협회와 한국국제전시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화장품 △OEM·ODM △포장·용기 △에스테틱·스파·조향 △헤어·두피 △네일·풋·타투 분야 제품들이 전시돼있으며 ‘원부자재 특별관’ ‘천연·유기농 화장품 특별관’ ‘OEM·ODM 특별관’ ‘에스테틱관’ 등이 별도로 설치됐다.

올해로 30년째 맞이한 국제건강산업박람회와 유기농 인증을 받거나 연내 받을 예정인 업체들만 참가 가능한 국제유기농산업박람회에도 많은 기업들이 부스를 마련, 다양한 관련 상품들을 전시·소개하고 있다. 

올해는 3개 박람회를 통틀어 13개국에 온 435개사가 781개의 부스를 개설했다. 첫날 가본 행사장은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의 참관 비중이 크게 증가한 점이 눈에 띠었다. 이들은 각 부스의 전시 품목을 진지하게 살펴보고 관심 있는 제품에 대한 문의와 자료 요청에도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한국은 물론 외국에서 온 기업들도 대형 독립부스를 선보여 국제 박람회다운 면모를 선보였고 종일 입장 등록 데스크에 길게 줄이 늘어설 정도로 참관객들이 많아 행사장에는 활기가 넘쳤다. 작년까지는 일부 업체들이 참가 목적이 의심될 만큼 제품의 소매판매에 열을 올렸으나 올해는 그런 부스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또 행사장 곳곳에 마련된 세미나실과 무대, 신제품 발표회장 등에서는 뷰티콘서트 공연과 각종 설명회, 신제품 소개행사가 수시로 열려 방문객들의 눈길과 발길을 붙잡았다.

캐릭터 화장품 브랜드 파시의 손종탁 대표는 “예상했던 것보다 외국 바이어들의 방문이 많아 구체적인 수출 상담을 여럿 진행할 수 있었다. 남은 둘째 날과 셋째 날에는 더 많은 바이어들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유명 화장품 기업들이 참가하지 않은 것은 예년과 같지만 보다 내실이 채워진 느낌이다”고 평가했다.

이너뷰티 브랜드인 판도라뷰티 관계자는 “노출의 계절을 맞아 핑거루트 추출분말 판두라틴을 함유해 체지방 감소와 자외선 케어를 동시에 도와주는 ‘판도라 다이어트’가 일반 관람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29일에는 이너뷰티 제품 ‘에버콜라겐’의 모델로 활약중인 방송인 한영의 현장 방문이 예정돼있어 부스가 더욱 북적거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국제전시 문아름 팀장은 “올해는 독일, 이탈리아, 일본, 중국, 크로아티아, 터키, 폴란드, 호주 등 해외 참가업체가 증가했으며 미주와 유럽, 아시아 지역에 걸쳐 한국 제품에 관심을 가진 관련 바이어 100여 명을 사전에 상담 매칭하고 현장에 초청함으로써 실질적인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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