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트렌드와 패스트 패션의 인기, 불황이 한 데 맞물려 중저가 SPA 브랜드가 전 세계를 휩쓸며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현실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브랜드의 전통과 전문성을 중시하는 소비자 역시 증가하고 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패션 브랜드들은 일시적인 유행에 휩쓸리는 것이 아닌, 모방 불가의 브랜드 자산인 ‘헤리티지(Heritage)’를 내세우는 마케팅을 통해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화제다. 브랜드의 성장에 큰 역할을 수행 한 아이코닉한 인물을 기념하는 제품을 출시하거나, 초창기 오리지널 제품, 스테디셀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품을 선보이는 등 그 양상도 다양하다.
창립 121주년을 맞이한 리복은 헤리티지 러닝화 '아즈텍'을 올해 초 리뉴얼 출시했다. 아즈텍은 1979년 첫 발매 시 리복 러닝화의 정점을 대표했던 아이템이자 리복만의 혁신적인 테크놀로지를 대중에게 처음 알렸던 상징적인 러닝화다. 첫 발매 당시 가벼운 무게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유연성과 부드러운 쿠셔닝으로 많은 스포츠인들을 열광케한 제품으로, 올해 새롭게 출시된 아즈텍은 재해석된 헤리티지 컬러와 슬림해진 실루엣으로 세련미를 배가시켰다.
197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문을 연 아웃도어 백팩 브랜드 그레고리는 국내 정식 론칭을 기념해 지난 3월, 상수에 위치한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40년에 이르는 브랜드 역사를 돌아볼 수 있게 한 특별 전시 '더 헤리티지 오브 그레고리(The Heritage of Gregory)'를 진행한 바 있다. 초창기 제품들부터 그간의 로고 변천사, 각종 브랜드 히스토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한 전시로, 브랜드의 전환점이 된 상징적인 사건과 주요 제품 출시 시점을 연도별로 정리한 도표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스포츠 브랜드 미즈노는 창립 110주년을 기념해 ‘스포츠 스타일 슈즈(Sports Style Shoes)’를 출시했다. 1987년 인기 러닝화였던 ‘에어 메달(AIR MEDAL)’과 ‘에어 제노바(AIR GENOVA)’를 재탄생 시킨 모델들로, 다양한 스타일의 옷과 매치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대표 상품인 ‘미즈노 ML87’은 에어 메달의 클래식 디자인에 바탕을 두어 어퍼 디자인과 미드솔 절개를 그대로 복원해 헤리티지를 표현하되, 아웃솔의 그립 기능은 향상 시켜 기능적인 만족도는 높였다.
업계 관계자는 “헤리티지 마케팅은 브랜드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인 동시에 신흥 브랜드와의 차별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기도 하다. 유행은 일시적이나 브랜드가 걸어온 오랜 시간과 그 시간 동안 쌓아온 유니크한 브랜드 스토리까지 흉내 낼 수는 없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