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농수산물로 조리하고, 외국 소금으로 간 맞춘 음식이라면 차라리 추석 차례상을 올리지 않는 편이 낫다.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독자들에게 부탁 하나 드린다면 이번 추석 차례상부터는 제대로 차리기를 권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농수산물 재료에 토종 소금으로 간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조상에 올리는 음식에 대한 기본자세다. “기독교인이라 제사상을 차리지 않는다”고 하면 모를까, 차린다고 하면 조상들 입맛에 맞도록 최소한 간은 맞아야 한다.

식재료는 그렇다 치더라도 한국음식의 맛은 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간’은 일단 음식물의 짠맛 정도를 나타내는 말로 쓰일 것이다.

하지만 어디 가서 꼭 그렇게 우겨 말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무식하고 교양 없다는 핀잔을 들을 수도 있으니까.

왜냐?

한국 음식문화의 특징에서 ‘간’은 단순히 ‘짜다’의 의미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TV드라마 ‘대장금’을 전세계에 히트시킨 맛의 나라, 그 한국음식 전체의 풍미를 종합적으로 집약하는 말이 바로 간이다. 그래서 한 때 “한국 음식의 간은 미원 하나면 끝”이라는 말까지 조미료 광고로 등장한 적이 있었다.

그렇듯 간은 ‘맛을 결정하는 조미료’라는 뜻이기도 하다. 수라간 상궁 ‘대장금’이 아닐지라도 한국음식의 간은 곧 그 음식의 맛 자체다. 반면 서양인들이 간을 맞추는 것은 소금에 한정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짜다, 싱겁다의 개념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의 입맛은 오묘하다. 한국인들이 ‘간을 맞춘다’는 레시피는 소금 외에도 다양한 것이다. 짠맛 이외에 그윽한 맛이 ‘간’에 더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좋은 소금을 골라 만든 간장과 된장도 간 맞추기에 많이 사용되었고, 수십 종류의 젓갈들도 모두 음식의 간을 맞추는 조미료의 재료가 돼왔다.

어디 그뿐이랴. 보통의 한국 사람들은 설렁탕이 싱거우면 깍두기 국물로 간을 맞추기도 하며, 웬만히 싱거운 국이나 라면, 국수는 김치 몇 조각을 넣어 간을 맞추는 것이 우리 식생활 문화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그 간의 맛을 결정하는 핵심은 소금이다. 그래서 차례상 음식을 조리할 때나 된장, 간장, 김치, 젓갈을 담글 때 좋은 소금을 엄격히 가려서 사용했는데, 조상 대대로 최고의 소금으로 쳐온 것이 바로 해안가 천일염이다.

물론 과거에는 천일염이 주류였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천일염 생산에 많은 인건비가 투입되는 바람에 ‘오리지널 천일염’ 보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 들린다. 바로 대량생산된 기계염, 외국에서 물 건너온 값싼 수입염이 시장에 넘쳐나기 때문이다.

지난해 COEX소금박람회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소금은 일반적으로 천일염, 암염, 기계염, 재제조염, 가공염 등으로 구분된다. 그 중 가장 고급인 국산 천일염은 해수를 저류지로 유입해 태양열과 바람 등 자연을 이용해 바닷물을 증발 농축시켜서 만든 소금을 말한다.

그 대신 기계염은 바닷물을 거대한 물탱크에 가두고, 이온교환식으로 얻어진 함수를 바닷물 증발관에 넣어 제조하는 소금이다. 수입염의 일종인 암염은 석탄 캐듯 지하에 묻힌 소금바위(덩어리)를 캐어 기계로 잘게 부순 소금이고, 제제조염이나 가공염 등은 그런 소금을 원료로 재처리한 2차 가공품이다.

그러니 우리 민족의 얼과 정서, 우리 식문화에 적합한 ‘대장금 소금’은 국산 천일염이 아닐 수 없다. 너무나 맛이 좋고 영양 또한 풍부해 일제강점기 시절에는 일제의 수탈 대상이 되기도 했다.

천일염 중에서도 최고으뜸은 토판염이라고 한다. 염전 바닥이 흙 그대로여서 토판(土版)이라 했다. 땅의 지기(地氣)를 그대로 올려 받으며, 태양과 바람과 별과 달 등 하늘의 천기(天氣)를 그대로 내려 받는 ‘천지인(天地人) 소금’이다. 그래서 있는집 차례상 음식에는 당연히 맛좋고 영양높은 토종 천일염을 썼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칼슘, 마그네슘, 칼륨, 황산이온 등 유기 미네랄 영양성분이 듬뿍 함유돼 있다. 외국 소금들까지 전시되었던 2015년 소금박람회에서 나온 식품영양학자들의 분석자료를 보면, 국산 천일염의 미네랄 성분이 외국의 일류 브랜드 보다 몇 십 배는 높다.

가을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 왔다. 서두에서 부탁드렸다만, 조상들에게 올리는 차례상 만큼은 외국 소금으로 간 맞춘 음식은 제발 올리지 않았으면 한다. 수입 농수산물도 상에 올리지 않으면 더 좋겠다만, 가계살림이 피곤하다면 조리과정에서 반드시 국산 천일염을 사용한 음식만을 올렸으면 하는 바램이다.

만일 값싼 외국산 소금으로 간 맞춘 음식이라면 차라리 차례를 드리지 않는 편이 나을 것이다. 가족들이 모여 정한수 한 사발 떠놓고 조상에게 감사기도를 드리는 방법도 있으니까 말이다.

필자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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