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 향수를 특허법의 보호대상인 발명이 아닌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인 저작물로 보호하여야 한다는 논지를 편 바 있다.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인 저작물은 법적으로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정의한다.

무릇 저작물로 성립되기 위한 요건으로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일 것을 요구하므로 조향을 직업으로 하는 조향사의 조향관(조향철학)을 살펴보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조향사의 언론사 인터뷰와 저서들에 나타난 조향사의 조향에 대한 견해를 중심으로 조향사들의 조향철학을 엿보고자 한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향수회사가 겔랑(Guerlain)이라는 데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듯하다. 겔랑은 유행보다는 영혼이 담긴 향수를 만들어내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겔랑의 5대 상속자인 티에리 바세(Thierry Wasser)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German Duftstars lifetime achievement 2016” 시상식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업을 환상(fantasy)를 창조하는 작업이라는 표현을 하고 있다.

“나는 나의 일년의 25 내지 35%의 시간을 해외에서 보냅니다. 이국적이고 멀리 떨어져 있는 장소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친구들을 만나지요. 그 여행으로부터 많은 것을 얻습니다. 파리로 다시 돌아왔을 때 나의 상상력이 발동이 걸리기 시작해서 판타지의 세계로 빠져듭니다. 나의 일은 판타지를 창조하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티에리 바세는 유럽의 한 아침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단순한 조향사가 아닙니다. 차라리 사상가라고 말하는 편이 낫습니다”, “조향이란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내가 향수를 만들지만 이를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라면서 조향에 대해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정의했다.

문학을 전공한 조향사로 1980년대 이후 가장 유명한 조향사 중 한 사람으로 “꽃은 후각적인 시이다”라는 표현으로 유명한 샤넬(Chanel)의 코로 불리는 쟈크 폴주(Jacques Polge) 역시 “자연과의 경쟁 속으로 들어가는 것, 예를 들면 바다의 향기를 재창조하는 작업과 같은 것이다”라며 프랑스의 유력 언론사인 Libération에 실린 인터뷰에서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비비안리(Vivien Leigh)를 비롯한 여배우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향수 명가 장파투(Jean Patou)의 ‘조이(Joy)’의 탄생을 지휘한 장 케르레오(Jean Kerleo)도 “진정한 조향사가 되기 위해서는 30년 이상 향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말을 남기면서 자신의 삶을 하나의 예술작품을 완성해가는 과정으로 여겼다.

향수의 저작물성에 관하여 조향사의 조향관(調⾹觀)을 이야기 했지만 법상 저작물의 성립요건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조향사들의 무수한 말들과 인터뷰에서 한 걸음 떨어져 객관적으로 조향의 세계를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티에리 바세의 말과 같이 스스로를 표현하는 방법의 하나가 조향이라면 창작성이 있는 한 향(香)도 하나의 창작물로서 저작권법상 보호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접근은 저작권의 사상적 배경 중 관념론적 시각으로 향에 관한 저작권의 성립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다.

저작권의 철학적 배경에 관한 이론에는 영미(英美)의 노동이론, 효율적 배분이론과 인센티브 이론과 독일의 관념론이 있다.

독일 관념론 철학자인 헤겔은 (지적재산을 포함한)재산을 개인의 독특한 의지의 실현 내지 표현했으며 향을 인격과 개성, 아이덴티티의 표현이라고 보는 시각은 바로 이러한 “창작물은 인격의 구현”이라는 헤겔의 관념론 철학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현지원 변호사/법학박사(Ph. D)

대한변호사협회 회원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원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연구원 연구위원

사단법인 장애인법연구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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