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더플랜트베이스 서민규 대표

▲더플랜트베이스를 대표하는 폼목인 'AC 클리어(트러블 케어) 라인'. 물(정제수) 대신 병풀잎추출수(호랑이풀)와 티트리오일을 베이스 삼아 개발했다. 더플랜트베이스의 8개 라인 제품들은 모두 이처럼 식물추출물이 베이스를 이루고 있다
▲더플랜트베이스를 대표하는 폼목인 'AC 클리어(트러블 케어) 라인'. 물(정제수) 대신 병풀잎추출수(호랑이풀)와 티트리오일을 베이스 삼아 개발했다. 더플랜트베이스의 8개 라인 제품들은 모두 이처럼 식물추출물이 베이스를 이루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 화장품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약 74억 달러다. 8위 한국(약 107억 달러), 9위 이탈리아(약 84억 달러)에 이어 정확히 세계 10위 규모다.

특히 러시아는 자국 내 화장품산업이 그리 발달하지 않아 화장품 수입량이 많은 나라다. 수출 다각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국내 화장품업계가 반드시 공략해야할 이유가 충분한 규모와 조건을 갖춘 셈이다.

실제로 한국은 러시아 수입 화장품시장의 떠오르는 샛별이다. 2016년 기준 러시아에 수입된 한국산 화장품은 2,700만 달러 규모로, 전체 수입 물량의 3%가 채 되지 않았지만 전년 대비 증가율은 63.7%로 단연 으뜸이었다.

KOTRA 모스크바 무역관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 내에서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높고 현지 바이어들이 기존에 없던 혁신형 기능성 화장품 수입을 적극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역관 측은 특히 "레뚜알, 일데보떼 등 러시아의 대표 화장품 리테일러들도 한국산 화장품에 대해 높은 관심을 표하고 있어 이들에게 직수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무역관이 언급한 레뚜알(Letoile)은 러시아의 대형 화장품 전문 체인으로, 현지에선 주로 유럽이나 미국에서 수입한 고가의 프리미엄 화장품을 취급하는 매장으로 인식돼있다.

아직까지는 이곳에서 마스크팩이나 헤어케어 일부 품목 외에 한국산 화장품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실정. 그런데 최근 레뚜알의 높은 문턱을 넘은 국내 기업이 등장했다. 식물추출물 기반의 천연 화장품 전문 회사인 더플랜트베이스가 그 곳이다.

"처음에는 한국의 화장품 기술을 믿을 수 없다는 식이었죠. 품질팀의 까다로운 검증과정을 거치고 제품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얻기까지 꼬박 2년을 공들였습니다."

더플랜트베이스 서민규 대표는 지난해 말 한국을 찾은 레뚜알 경영진 앞에서 마지막 설명회를 마치고 애타게 기다리던 입점 확정을 통보받을 수 있었다. 국내 브랜드 몇몇과 함께 한 경쟁 프레젠테이션이긴 했지만 회장을 비롯한 레뚜알 경영진이 더플랜트베이스에 큰 기대를 걸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오는 6월 레뚜알 1,200여 매장 공식입점을 앞두고 그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서 대표는 "최근 러시아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들이 꾸준히 인기를 모으며 경쟁력을 입증한 덕을 봤다"며 겸손한 소감을 내놨다.

▲ 러시아의 대형 화장품 전문 체인인 레뚜알(Letoile). 더플랜트베이스는 오는 6월 1,200여 레뚜알 매장 공식 입점을 앞두고 있다
▲ 러시아의 대형 화장품 전문 체인인 레뚜알(Letoile). 더플랜트베이스는 오는 6월 1,200여 레뚜알 매장 공식 입점을 앞두고 있다

서민규 대표는 화장품업계에선 보기 드문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국내 굴지의 IT대기업에서 원가결산이니 보안 컨설팅이니 '화장품'과는 영 상관없는 업무에 종사하다 지난 2005년 돌연 '영솝'이란 이름의 화장품회사를 창업한 것이다.

"실은 제가 사춘기 시절 여드름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여드름에 효과적이라는 성분들을 공부하고 비누를 집에서 직접 만들어 쓸 정도였죠." 여드름이 나아진 후로 더 이상 비누를 만들진 않았지만 어느새 천연 화장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자 수제비누의 사업성을 확신하고 기어이 창업까지 실행한 것이다.

수년이 흐른 지금, 회사 이름은 더플랜트베이스로 바뀌었고 CP수제 천연비누 5종에 불과하던 아이템은 트러블 케어, 유기농 보습, 화이트닝, 모공 관리, 안티에이징, 영양케어 등에 걸쳐 8개 라인, 45개 품목으로 늘었다.

하지만 예나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사실이 있다면 서 대표의 시장 개척 전략은 '연구'와 '품질'이 그 중심에 있다는 점이다. 아예 더플랜트베이스의 슬로건을 '마케터가 아닌, 연구원이 만드는 화장품'으로 정했을 정도고 실제로 회사를 그렇게 운영하고 있다.

때문에 더플랜트베이스의 제품들은 최신 트렌드나 유행과는 거리가 좀 멀다. 시즌에 맞춰 마구 쏟아내는 화장품이 아닌, 소비자가 오래 곁에 두고 사용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안전한 화장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아는 사람이 많진 않지만 마니아층이 두터운 것도, 10년이 넘은 브랜드지만 품목이 다소 제한적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특히 서 대표가 주목한 지점은 '물', 즉 화장품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정제수'다. 회사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더플랜트베이스의 제품들은 그냥 물 대신 식물잎에서 추출한 식물추출물을 베이스(정제수) 삼은 천연화장품을 표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회사가 자랑하는 연구원들이 각 피부 타입에 따라 성분 하나하나를 따져가며 처방을 내놓는 것은 물론이다.

▲ 더플랜트베이스 서민규 대표
▲ 더플랜트베이스 서민규 대표

양적 팽창보다는 내실을 우선하는 서 대표지만 해외시장만큼은 그도 한껏 기대를 걸고 있는 부분이다. "2011년에 중국 광저우미용박람회에 처음 나가봤는데 어마어마한 인파와 규모에 깜짝 놀랐습니다. 제 시야가 확 트이는 느낌이었죠."

그러나 그는 섣불리 욕심내지 않았다. 해외시장 역시 순리대로, 정공법으로 공략한다는 원칙이다. 그동안 23차례에 걸쳐 꼬박꼬박 해외전시회에 참가한 더플랜트베이스는 현재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홍콩 등 10여 개국에 진출하는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미국,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의 현지 유력기업들과 투자 및 총판계약, OEM·ODM 등 다양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20여 품목의 위생허가 취득을 마친 중국에서도 대형유통망 입점 상담이 한창이다. 이 와중에 러시아 레뚜알 입점이라는 쾌거를 올리면서 그 행보에 탄력이 붙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 대표는 혹 초심을 잃지 않을까 끊임없이 스스로를 다그치고 있다. "상담 직원이 따로 있긴 하지만 가끔씩 제가 소비자 전화를 직접 받아볼 때가 있습니다. 역시 가장 기분 좋은 건 오랫동안 우리 제품을 써왔다는 고객의 칭찬을 들을 때입니다. 그럴 때 마다 제가 쓰려고 비누를 만들던 그때의 심정 그대로 좋은 화장품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하죠."

최근 더플랜트베이스는 유아용 화장품을 개발했다. 이 또한 자신의 아이들에게 쓸 제품이라는 생각으로 심혈을 기울여 개발했다는 설명. 좋은 제품은 많이 사용할수록 좋다는 신념의 그는 공들여 만든 유아용 화장품을 주변 보육시설에 후원하는 공익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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