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꿀의 수확량이 줄어드는 것은 꿀벌이 점점 사라지기 때문... 생태계를 위협하는 농약 남용이 재앙을 부를 수 있다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다. 또한 자연 속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들과 함께 어울려야 인간은 비로소 존재하게 된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그저 나약한 피조물일 뿐이다.

그 같은 자연의 섭리를 뼈저리게 느낀 것은 필자가 2009년 농촌으로 귀농하고 나서다.

물론 처음부터 루소의 명제 ‘자연으로 돌아가라’처럼 공동체적 삶의 중요성을 인식한 결과는 아니었다. 그러나 바람 부는 산언덕을 감싼 땅과 하늘, 물과 나무, 풀과 벌레들과 함께 공생하는 청정한 생활환경을 꿈꾸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 가지 우려될만한 일이 최근 발견되고 있다. 자미원이라 이름 지은 산골짝 야생농장에서 자라고 있는 각종 약초들에게는 아직 큰 문제가 없지만, 자미원 인근의 600여 평 양봉장의 벌꿀 생산량이 매년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왜 문제가 될까?

단순한 수확량의 저하와 그로 인한 소득의 감소 때문일까? 아니면 맑고 좋은 꿀을 생산하여, 그것을 원료로 제대로 된 발효식품을 만들기 위한 건강식품의 생산계획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해서일까?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필자만의 염려가 아니라는데 심각성이 있다. 꿀벌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일찍이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4년 안에 인간도 멸종할 것”이라고 경고한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말은 벨기에 작가인 모리스 메테를링크(Maurice Meaterlinck)가 1901년에 쓴 <꿀벌의 생활>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는 설도 있다.)

아인슈타인이 그렇게 말한 이유는 꿀벌이 자연계에 주는 역할이 실로 엄청남을 입증한다. 자연계 먹이사슬의 최하층에 있는 각종 식물의 번식을 돕는 꽃가루받이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꿀벌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꿀벌이 멸종할 가능성을 두고 관찰해 봤다. 그래서 나비나 호박벌, 또는 다른 곤충들의 도움을 받아 식물의 꽃가루받이, 즉 수분(受粉)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가 수확하는 농산물의 70~80%를 꿀벌이 수분해야만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정확히 말하면 전 세계 속씨식물 가운데 20여만 종 대부분이 곤충의 도움을 받는데, 그중 17만 종이 꿀벌의 도움을 받아서 꽃가루받이를 한다는 것이다.

꿀벌이 없으면 꽃가루받이를 못하는 종만도 4만여 종이나 된다. 대표적인 작물이 딸기와 아몬드다. 그리고 사람이 재배하는 수박이나 오이 등 세계 100대 과채류 작물 중 71개가 꿀벌 없이는 열매를 맺지 못한다고 한다. 인위적인 인공수정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결국 소고기도 먹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왔다. 꿀벌이 없다면 소고기를 먹일 목초가 번식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소에게 풀을 먹이지 못해 소를 사육할 수 없는 환경에까지 이른다는 것이다.(네이버 지식Q&A 참조)

그로 인해 전 세계에 비상이 걸렸다. 2006년과 2007년 겨울, 미국 양봉인들이 평균 38%의 벌 군집을 잃은 사건이 발생한 이후다. 당시 미국에 있던 240만 개의 벌 군집 가운데 순식간에 65만1,000~87만5,000개를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 같은 벌집군집붕괴현상(CCD)은 이후 전 세계로 확대됐다. 한국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그 원인으로는 기후변화, 병원균, 면역기능부전, 농약, 살충제, 유전자변형농산물 등이 문제로 지목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혐의점은 농약이다. CCD벌집에서 나온 것이건 건강한 벌집에서 나온 것이건 거의 모든 표본에서 농약이 발견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조사대상 208개 꽃가루 표본 가운데 농약이 전혀 나오지 않은 것은 단 세 개뿐이었다.

이제 농약과 제초제, 화학비료 없는 야생농법을 한국 농업의 미래로 연구해야할 때가 됐다. 단순히 건강한 먹거리를 얻는 차원을 넘어서 인류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보다 큰 프로젝트 차원에서다. 그래서 필자와 친지들은 주말이면 야생농장으로 간다.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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