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을 위한 리더들의 도덕적 의무는 곧 명예... 지도층 인사들의 숭고한 책임정신을 ‘깔레’에서 배운다.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에는 깔레(Calais)라는 작은 항구도시가 있다. 도버해협을 사이에 두고 영국과 가장 가까운 거리(34km)에 위치한 지역이다.

이 도시의 시청 앞에는 ‘깔레의 시민’(원제는 ‘Le Monument Aux Bourgeois de Calais’)이라는 로댕(Auguste Rodin)의 조각 작품이 서 있다. 여섯 명의 프랑스 귀족이 목에 밧줄을 감고 고통스런 표정으로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사람들은 이 작품을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의 유래로 지목하고 있다. 왜 그럴까?

때는 670년 전인 134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프랑스의 왕위 계승권을 둘러싸고 영국과 프랑스는 100년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프랑스 저항의 마지노선이던 깔레!

하지만 구원병이 오지 않아 깔레시는 영국에 항복해야 하는 최후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마치 병자호란 때 인조가 송파 삼전도에서 청 태종에게 항복한 것처럼.

당시 영국 왕이었던 에드워드3세는 깔레시가 항복이 늦어 영국이 큰 손해를 보았다는 이유를 들어 여섯 명의 전범자를 처형하겠다고 말하고, 그 명단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누가 여섯 명의 명단에 들기를 바라겠는가. 이때 가장 먼저 손들고 나선 사람이 놀랍게도 깔레시의 최고 갑부였던 ‘외스타슈드 생피에르’였다.

“시민들을 위해 내가 죽겠소.”

그러자 두 번째로 깔레 시장인 ‘장데르’가, 세 번째는 부자 상인이었던 ‘피에르 드 위쌍’이 죽기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때 위쌍의 아들도 “아버지가 나서는데 아들이 어찌 살기를 바라랴”며 뒤를 이었다.

모두 4명. 나머지 2명만 채우면 될 때 시민지도자 세 명이 손을 들었다. 모두 일곱 명이 돼 오히려 한 명이 남게 됐다. 결국 제비뽑기로 한 명을 탈락시키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를 반대한 사람이 가장 먼저 손을 든 최고 갑부 ‘외스타슈드’였다.

“추첨을 하면 사람인만큼 행운을 바라기 때문에 아름다운 뜻이 변할 수도 있소. 그러니 내일 아침 가장 늦게 처형장에 나오는 사람을 빼도록 합시다. 밤새 집안에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지 않겠소?”

이에 모두가 찬성했다. 하지만 이튿날 처형장에 외스타슈드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이상하다. 그럴 사람이 아닌데..!” 하면서 그의 집으로 달려갔다.

“아~~!”

외스타슈드는 이미 아래와 같은 유서를 남겨놓은 채 자살하여 시체로 변해있었다.

“처형을 자원한 일곱 명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살아남으면 순교자들의 훌륭한 뜻은 물론 시민들의 사기가 떨어질 것이므로 내가 먼저 죽겠습니다. 먼저 하늘나라로 가서 그대들 여섯 명이 오기를 기다리겠소.”

이에 크게 감동한 것은 적국인 영국도 마찬가지였다. 에드워드3세의 왕비(에노의필리파)는 자신의 임신 사실을 들어 여섯 명 모두를 살려줄 것을 간청했다. 그것이 여론이 됐고 처형은 중단됐다.

후세 사람들은 ‘노블리스(귀족) 오블리제(의무)’의 유래도시로 ‘깔레’를 지목하기 시작했다. 이후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사회 지도층 인사나 조직의 리더들이 누리는 명예만큼이나 도덕적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필자의 회사가 창업 7년 만에 업계의 정상급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역시 리더들의 희생정신 때문이었다. 그들이 ‘스스로 섬기는 사람(섬김이)’임을 자처하고 나서며, 조직을 위해 영업에 솔선수범한 것 역시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사가 건강식품의 원료를 재배하고 있는 충청도 수안보의 천연야생농장 ‘자미원’을 견학하는 소비자들 중에는 처음에 “무슨 종교집단이냐?”라는 질문을 하는 분들도 있었다.

회사 리더들이 마치 목숨을 내어놓듯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나 보다.

깔레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최고 부자들과 권력자들이 앞 다투어 목숨을 내어 놓았던 모습을, 프랑스 정부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표상으로 후손들에게 영원히 전하려 했다. 그것이 바로 로댕의 1889년 조각 작품 ‘깔레의 시민’이다.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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