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과 사람은 ‘지금 만나고 있는 친지 동료’들이다.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오늘이 바로 무술년(戊戌年)의 설날 2월16일이다. 매년 그랬듯이 우리 회사에서는 오늘 직원 친지들이 모여 합동차례를 지낸다.

가깝게는 자신의 부모형제들을 추모하고 그분들이 남긴 뜻을 기리는 자리일 것이지만, 좀 더 멀리는 단군왕검 이후 우리 선조들이 추구해온 홍익인간 사회의 실현을 다짐하는 자리이기도 할 것이다.

설날에 부모형제를 그리워한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가장 자주 만나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대답은 확실하다. 친지 동료들이다. 부모 슬하에서 학교에 다니며 공부할 때에는 가족들을 자주 만났겠지만, 학교 졸업 후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야 하는 사회생활 시기부터는 아마도 직장이나 단체의 동지들이 될 것이다.

따라서 설날을 맞아 부모형제들을 추억하며, 하늘 조상에게 새해 새출발의 예를 갖추는 자리를 가까운 친지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매우 뜻 깊은 의식이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그렇다. 노사연의 노래 가사처럼 거의 매일 만나는 직장 동료, 동지들은 우연한 존재가 아닌, 만나려고 기다려온 필연적인 사람들이다. 1년에 고작 몇 번 정도 보는 친척들에 비한다면, ‘만날 수밖에 없는 하늘의 계시’를 받아 함께 살아가는 동기간들이다.

“당신은 모든 것을 다 가졌잖아요. 결혼생활도 해봤고, 세 명의 딸들도 있고, 그 나이에 직업도 잡았고, 비결이 도대체 뭐예요?”

마흔다섯 살이나 돼서 남편에게 버림받아 실의에 빠져 있는 여인에게 던진 주변 친지들의 말이다. 그녀의 남편이 바람이 났던 것이다. 그것이 발각되자 노골적으로 “젊은 새 여자를 사랑하게 됐다”며 이혼 통보를 해왔다.

그래서 혼자 된 여인... 외교관으로 있던 아버지를 따라 어릴 때 공산주의를 피해 망명할 때부터 타국살이를 해온 여인은 탈북자나 다름없는 인생이었다.

마지막으로 정착한 나라에서 대학을 다니며 남자를 만나 연애를 했지만, 비주류 국가 출신 ‘망명자의 딸’이라 하여 시부모가 결혼을 반대했었다. 그 설움을 이겨내려 열심히 시집살이를 했고... 살만해지나 했더니 남편이 등을 돌린 것이다.

하지만 이혼 후 모임에서 만난 친지들은 “모든 것을 다 가진 당신의 비결이 뭐냐?”고 묻는 것이다. 그녀는 그 말에 긍정의 대 충격을 받았다. 인생은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생각했다. 그 결과 ‘우연이란 축적된 필연의 결과’라는 진리를 터득했다.

“나는 깜짝 놀랐다. 그때 나는 갖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잃어버린 것에만 초점을 맞춘 채 자기 연민에 빠져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모임이 있기 전, 나는 실패했으므로 젊은 여성들에게 아무런 충고도 해줄 수 없다고 느꼈다. 그런데 당시 친지들의 대화가 이런 생각을 날려버렸다.”

그녀는 그날 저녁의 모임을 결코 잊을 수 없다고 자서전에 썼다. 그녀가 1997년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에 오른 올브라이트(Madeleine Albright)이다. 어릴 때 부모를 따라 공산 체코슬로바키아를 탈출해 미국으로 망명한 여인.

그녀는 친지들을 통해 모든 것을 다 가진 자신을 발견했다고 했다. 이후 45세 이혼의 충격에서 벗어나 죽기 살기로 일했다. 아내로 살면서 밥하고 빨래하고 애들 키우며, 무려 13년 만에 받은 박사학위를 들고 대학 강사자리를 찾았고, 국제 정치외교학 능력을 인정받아 UN주재 미국대사로 발탁되기에 이르렀다.

“먹고살기에 급급했을 뿐 원대한 목표를 품는 것은 불가능했다. 다만 매 순간 그저 열심히 살아온 결과 성공했다. 우연이란 축적된 필연의 결과다.”

그가 체코에서 태어난 것도, 미국 망명도, 시부모의 결혼 반대도, 남편과의 이혼도, 자신을 알아준 클린턴 대통령과의 만남도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했다.

결론은 하나다. 즉 지금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과 사람은 ‘지금 만나고 있는 친지 동료’들이라는 사실이다. 그 필연적인 만남을 위해 지난 모든 세월이 존재했던 것이다. 잃어버린 세월이 아닌, 다 가질 수 있는 오늘의 삶으로 연결해주는 세월이었던 것이다.

미국으로 도망 온 마흔다섯의 이혼 여인이 제2의 인생에 도전하여 환갑의 나이에 미국 행정부의 제2인자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면, 한국에서 태어난 당신은 예순 다섯 살부터 출발해도 어느 조직의 제2인자 직급에 오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우리 친지들은 지금까지 살게 해준 하늘 조상님께 감사의 합동차례를 올릴 것이다. 앞으로 얼마든지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는 인생이니까.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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