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신기술’ 내세워 서민 호주머니 노려... 마음에 지나친 탐욕을 품거나, 몸을 함부로 놀려 나쁜 사람을 따르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인간은 물 없이 살 수 없습니다. 불 없이도 살 수 없습니다. 하지만 도가 지나치면 물에 빠져 죽거나 불에 타 죽기도 합니다. 마찬가지입니다. 돈 없이 살 수 없지만, 물불을 안 가리고 돈을 쫓다가는 돈 독이 올라 죽는 게 인생입니다.

경제가 불안하고 서민생활이 불안정할 때마다 독버섯처럼 고개 들고 일어나는 고질적인 3대 사회악이 있습니다. 돈 독을 살포하는 무서운 사기꾼들이지요.

저는 요즘 이것을 ‘피보판(Pyvofun)’이라고 줄여 부르기로 했습니다. ‘피를 보는 판’이라는 뜻이지요. ‘피’는 피라미드(pyramid)판매를 말하고, ‘보’는 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이며, ‘판’은 불법펀드(fund)입니다.

30년 전 아날로그 시대에 등장한 피라미드판매와 보이스피싱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데, 디지털 시대인 요즘은 그것을 능가하는 파괴력의 유사수신 펀드들이 활개 치는 것입니다. 영어로는 스캠(scam)이라 표현하지요. 포장술도 기가 막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들먹입니다.

▲ 비트코인이 11월15일 연중 최저치인 620만 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가상화폐 가격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사기꾼들은 비트코인 하나가 금년 초 2600만원이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며, 자신들의 코인(페이)에 투자하면 1년 2400%의 이익을 장담한다는 식으로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사진=비트코인가상이미지 / 게티 이미지 / 조선비즈)
▲ 비트코인이 11월15일 연중 최저치인 620만 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가상화폐 가격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사기꾼들은 비트코인 하나가 금년 초 2600만원이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며, 자신들의 코인(페이)에 투자하면 1년 2400%의 이익을 장담한다는 식으로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사진=비트코인가상이미지 / 게티 이미지 / 조선비즈)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100만원만 우리 회사 ‘페이’에 투자하십시오. 매월 120%의 고수익을 드립니다. 그것 역시 없어도 그만이라고 치고, 1년만 푹 담가 12달만 돌리고 돌리면(재투자) 연간 2천400%의 투자수익이 쏟아집니다. 우리 회사 ‘페이’가 바로 내 손에 잡히는 로또지요.”

최근 벌어지고 있는 가상화폐 투자설명회장에 등장하는 멘트입니다. 100만원 어치 ‘페이(코인, 토큰)’를 사면 1년 후에 현찰 1200만원으로 환전할 수 있고, 또 ‘페이’의 시세차익 1200만원을 합하면 2400만원이 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평소에 ‘다시는 안 속는다’고 다짐했던 사람들마저도 일단 ‘페이가 뭐냐?’며 귀를 열게 됩니다. 여기서 마케팅 설명이 이어집니다.

“100만원 곱하기 120%면 그 달에 120만원입니다. 그 다음 달은 120만원 곱하기 120%면 144만원입니다. 그렇게 열두 달 가면 900만원이지요. 이게 블록체인과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우리 ‘페이’의 기본 투자수익입니다. 여기에 보너스수당 300만원을 얹어드리면 1200만원! 계산 간단하지요?”

그럴 듯한 사탕발림 말이 끝나면 바람잡이들이 ‘이제부터 돈 벌게 됐다’고 중얼거리며 주위사람들의 박수를 유도합니다.

들뜬 분위기로 승부를 내려는 것이지요. 투자이익 1200만원에, ‘페이(가상화폐)’ 시세차익 1200만원을 합쳐 2400만원이 될 것이라는 말에 고객의 머릿속에서는 서서히 믿음이 생기는 것입니다. 당연히 설명회장에 모인 사람들 대부분이 2천400%의 돈벌이에 덩달아 박수를 치게 되지요.

▲ 2017년 말 금융위원회가 가상화폐 취급업자에 대한 가상계좌서비스 신규제공을 즉시 중단해달라고 시중은행에 요청했다. 불건전 가상화폐 취급업자(거래소)에게는 은행이 지급결제 서비스를 중단하는 극약 처방도 나왔다.(사진=이를 보도한 연합뉴스)
▲ 2017년 말 금융위원회가 가상화폐 취급업자에 대한 가상계좌서비스 신규제공을 즉시 중단해달라고 시중은행에 요청했다. 불건전 가상화폐 취급업자(거래소)에게는 은행이 지급결제 서비스를 중단하는 극약 처방도 나왔다.(사진=이를 보도한 연합뉴스)

“비트코인 동전 하나에 2000만 원이 넘었던 것 잘 아시지요? 며칠 전 인도네시아 가상화폐거래소에서 임원들이 왔다 갔습니다. 소문 듣고 IT강국 한국까지 왔다면서, 우리보고 자기네들 거래소에 우선 상장시켜 달라는 군요. 인공지능 사업이 좋다며 특별 우대거래 대상으로 지정하겠답니다.”

이를 뒷받침하듯 외국인들과 영어플래카드 앞에서 찍은 사진이 화면에 등장합니다. 외국인이 영어로 인사말 하는 동영상도 틀어줍니다.

이런 식의 터무니없는 설명회가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미래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가상화폐 투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말로 무식하고도 무섭게 선동하는 자리입니다.

“여기서 돈 번 사람 많습니다. 여러분들도 부러워하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투자해야 가난에서 벗어납니다. 언제까지 지지리 궁상으로 살 겁니까? 이제부터 매달 나오는 수익금으로 해외여행도 다니고 외제차도 굴리며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어서 매달 일정한 수익금이 찍힌 통장을 대형화면으로 보여줍니다. 억 소리가 날 만큼 꽤 많은 금액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통장에 딱 딱 찍힌 모습이지요. 제법 그럴듯해 보입니다.

2009년 미국에서 비트코인으로 시작한 전 세계 가상화폐가 위기를 맞은 것은 금년 5월 미국 검찰이 사기 단속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즘 나오는 새 화폐들은 ‘코인’이라는 명칭 대신 ‘페이’나 ‘토큰’이라는 이름을 쓰게 됐지요.

사람이 정말 힘들 때, 누가 쥐약도 돈이 된다고 말하면, 그것도 제일 큰 것으로 먹게 돼 있습니다.

▲ 2011년만 해도 1비트코인의 가격은 겨우 1달러 수준이었다. 그것이 한국에서는 금년 초 2600만 원대(2596만5000원)까지 치솟은 적이 있었다. 그에 놀란 것은 국내 금융기관만이 아니었다. 세계의 가상화폐 전문가들은 이 광적인 현상을 보고, 돈에 눈이 먼 ‘김치프리미엄’이라고 조롱했다. 미국 본토에 비해 50%나 비싸게 거래되고 있는 현상을 꼬집은 것이다.(사진=소소한 아이의 소소한 블로그)
▲ 2011년만 해도 1비트코인의 가격은 겨우 1달러 수준이었다. 그것이 한국에서는 금년 초 2600만 원대(2596만5000원)까지 치솟은 적이 있었다. 그에 놀란 것은 국내 금융기관만이 아니었다. 세계의 가상화폐 전문가들은 이 광적인 현상을 보고, 돈에 눈이 먼 ‘김치프리미엄’이라고 조롱했다. 미국 본토에 비해 50%나 비싸게 거래되고 있는 현상을 꼬집은 것이다.(사진=소소한 아이의 소소한 블로그)

투자설명회 강사의 선동이 그럴듯하게 들리니 슬쩍 계산을 해보게 되나 봅니다. 100만원 투자가 12달 만에 2400만원이라고 하면, 1000만원 투자면 2억4천이고, 1억 투자면 24억이 될 거라는 생각입니다. 실제 비트코인이 그런 적이 있었으니까요.

궁리 끝에 여기저기 빚까지 끌어다가 쥐약을 덥석 큰 것으로 먹게 됩니다. ‘이판사판 공사판’인 경우입니다. 그렇게 서민들 호주머니를 노리는 선수(꾼)들이 지금 전국에서 극성을 부리고 있습니다.

필자는 2001년부터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를 설립하고 불법 다단계, 방판, 피라미드, 유사수신, 펀드, 상조, 곗방, 마권, 바이너리 여행, 비상장 주식, 투자클럽, 외환거래, 선물옵션, 인터넷 카지노 등 ‘피보판’을 때려잡으러 도시락 싸들고 다닌 사람입니다.

현재는 정말 한심하기만 합니다. 실제 쥐약도 큰 것으로 먹으라는 막가파들이 많습니다.

명심보감에 “계심막자탐진(戒心莫自貪嗔)이요, 계신막수악반(戒身莫隨惡伴)”이라고 했습니다. 마음을 조심하여 스스로를 탐내거나 성내지 말 것이며, 몸을 조심하여 나쁜 사람을 따르지 말라는 뜻입니다.

테헤란로 ‘피보판’을 따라다니면서, 잃은 돈을 복구하겠다는 심정으로 한 탕을 노리는 사람들은 꼭 귀담아 들어야 하는 글귀입니다. 제발 쓸데없는 욕심 부리지 말고, 나쁜 사람을 따르지 마십시오. 돈 독을 피하고 사는 지름길입니다.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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