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업체 미투 제품 생산 의뢰 문제 있지만 화장품 안전성, 국민 알권리 등 위해 필요

 
 
[뷰티한국 최지흥 기자]최근 화장품의 실제 제조사와 판매사가 다른 경우 화장품 용기에 제조원을 표기해야 하는 화장품법 규정이 수출에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제조업자 표기 의무화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화장품법 개정 시마다 단골 논란으로 제기 되었던 화장품 제조업자 표기가 최근 중국발 사드 정국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화장품 업계에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국내 화장품의 중국 수출이 급증하면서 중국 업체들이 미투 제품을 만들기 위해 직접 한국의 제조사를 찾아 제품을 만들어 가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해 왔다.

이에 따라 국내 화장품을 중국에 수출하던 기업들과 생산 기업, 그리고 수출을 전담했던 밴더사들이 서로 의심 하거나 반목하면서 자체 공장을 준공하는 브랜드사가 늘어났고 자체 브랜드를 생산하는 전문제조사들도 급증했다.

심지어 밴더사들 역시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판매하면서 중국 기업에 끌려 다니는 상황까지 연출되며 업계에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하지만 이마저도 2015년 하반기부터 불기 시작한 중국발 사드 정국과 함께 중국 정부가 자국 내 브랜드 활성화를 위해 수입 화장품을 강력하게 규정하고 중국 관광객들이 크게 줄면서 모두가 힘든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최근 불거진 제조사 표기 논란도 사실 어려워진 국내 화장품 업계의 상황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 제조업자 표기 논란은 이와는 달랐다. 당시 표기를 반대하던 업체들은 어차피 브랜드사에서 제품의 문제가 발생시 책임을 지기 때문에 제조업자를 표시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었지만 이제는 미투 제품 문제가 확산되면서 제조업자 표기가 해외 사업 전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를 반대해 온 기업들의 입장은 다르다. 제조업자 표기 의무화는 제품 안정성을 확보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필요한 부분으로 제조사의 책임의식을 높이고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넓히자는 취지로 꼭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특히 제조업자 표기 의무화에 찬성하는 기업들은 현재 규정으로도 수출 제품은 제조업자 표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데 이를 해외 수출의 걸림돌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제조업 표기 의무사항은 국내에만 적용되는 규정으로 수출제품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결국 이들 제조업자 표기 의무화 찬성 기업들의 의견만 보자면 제조업자 표기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미투 제품 난발이나 화장품 수출의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니다.

더 깊게 들어가 보면 미투 제품 논란은 그동안 해외는 물론 국내 시장에서도 계속된 논란이었다. 화장품이란 제품 특성상 제조시 향만 바꾸어도 전혀 다른 제품이 되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분쟁시 상표권이 최대 방어 수단이 되어 왔다.

또한 전문 제조사들은 자신들이 직접 개발한 ODM 방식으로 생산된 제품에 대해서는 1사 1처방이라는 도의적인 책임을 갖고 있으며 실제 계약서에 이를 명시하기도 한다. 결국 기업 스스로가 자정 노력을 통해 1사 1처방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다.

이와 다른 부분에서도 필자는 제조업자 표시가 여전히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소비자 안전성이다. 브랜드사가 제품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하지만 이를 역추적할 수 있는 방법 중 제조업자에 대한 추적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디서, 언제 만든 제품이, 얼마만큼 유통되었는지 파악하고 이를 빠르게 조치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자에 대한 추적은 반드시 필요하다.

사실 이는 화장품법 개정과 함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생산실적 조사가 브랜드사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과는 다소 상충되는 생각일 수 있다.

과거에는 직접 제품을 생산한 기업을 중심으로 생산실적이 조사되었지만 현재는 생산실적 조사가 브랜드사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두 번째는 소비자의 알권리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어떤 제조사에서 만들어졌는지 알권리가 있다. 해당 제조사가 전문 기업인지, 확고한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인지, 문제는 없었는지, 신뢰할 수 있는지도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선택폭을 넓히는 동시에 알권리를 보장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화장품 업계에는 빠르게 발전한 것과 함께 다양한 문제도 발생했었다. 일부 화장품 제조사들의 안일한 생각으로 중금속, 수은 등의 논란이 계속해 일어났던 것이 현실이다. 더불어 기본적인 시설도 갖추지 않고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사들도 많았다. 실제로 지금도 생산 설비나 생산 환경이 열악한 곳이 많은 상황이다.

일례로 정부가 규정해 운영하고 있는 화장품 GMP(CGMP) 시설 인증은 현재 의무화가 아니기 때문에 최근 많은 기업들이 해당 인증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인증 기업 수는 전체 제조 기업 수 대비 적은 것이 현실이다.

현재(2019.01.19 기준) 식약처로부터 CGMP 시설 인증을 받은 기업 수는 160개 정도다. 반면 국내 화장품 제조업체 수는 대한화장품협회가 발표한 2018년 기준으로 2,244개사에 달한다.

만약 제조업자 표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면 CGMP 시설 인증 의무화가 선행되어야 소비자들이 의심 없이 화장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부익부 빈익빈이 크고 열악한 국내 화장품 업계 실정에서 지금 당장 해외 선진국처럼 CGMP 시설 인증 의무화가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이는 선진적인 국내 화장품 산업 발전을 위해서 단계적인 정부의 지원 노력이 요구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세 번째는 국내 화장품 업계의 기술적인 발전이다. 국내 화장품 업계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국내 화장품 업계의 발전사는 대량생산이 시작되었던 70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방문판매 시장이 성장했던 80년대와 화장품전문점이 성행했던 90년대, 그리고 화장품 브랜드숍이 등장했던 2000년대를 기점으로 국내 화장품 업계는 폭발적인 성장을 해 왔으며 이중 기술적인 발전 분야를 보자면 화장품 브랜드숍이 성장했던 2000년대를 들 수 있다.

물론, 그 전에도 국내 화장품 업계의 제조 기술 발전은 매년 큰 이슈를 만들어 내며 성장해 왔다. 하지만 2000년대 등장했던 화장품 브랜드숍의 확대로 전문제조사들이 단순 수탁 개념의 OEM을 넘어 직접 제품을 개발해 제안하는 ODM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큰 발전을 만든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재 국내 화장품 전문제조사인 한국콜마와 코스맥스가 짧은 역사에도 불구 세계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는 것은 이를 증명한다. 또한 국내 화장품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물론 유럽과 미국, 일본 등의 대표 브랜드들이 국내 화장품 전문제조사에서 제품을 대거 생산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역사적인 성과를 입증하고 있다.

 
 
그만큼 국내 화장품 업계의 성장, 그리고 국내 화장품 제조 기술 발전에는 전문제조사들의 노력이 있었다.

이에 따라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유명 화장품 전문제조사들의 이름은 하나의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으며 제품 선택시 제조사를 보고 선택하는 사례도 늘어났다.

국내 화장품 중소기업들 중에는 아예 처음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어떤 제조사에서 제품을 개발했는지, 어떤 제조사와 협업을 통해 제품을 선보인 것인지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전문제조사의 이름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데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자체 브랜드로 사업을 영위하던 유명 브랜드사로도 확대되면서 한국화장품, 코리아나화장품은 물론 생그린, 화진화장품 등 다수의 방문판매 기업까지 전문제조 사업에 뛰어드는 오늘을 만들어 냈다.

지금도 수많은 국내외 중소기업들이 유명 화장품 제조사에서 생산된 제품을 홍보하며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 중국발 사드 정국으로 국내 화장품 업계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또한 미투 제품 확대로 중국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하지만 이는 과거 80~90년대 우리나라 화장품이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을 미투로 만들며 성장했던 사례들과 사실 별반 다르지 않다.

이미 중국의 화장품 제조 기술도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스킨케어 영역에서는 상위 10개 브랜드에 중국 브랜드가 이름을 올리고 있을 정도다.

또한 국내 화장품 업계의 성장에 밑거름이었던 한류 열풍은 거대 중국 자본에 잠식되고 국내 기업들과 브랜드를 인수한 글로벌 기업들에게 활용되는 상황에 처했다.

 
 
더 이상 한류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과거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살아남은 해외 유명 브랜드들의 성공 사례를 거울삼아야 할 때다.

남 탓을 할 때가 아니다. 이제는 국내 화장품 기업들 역시 브랜딩이 필요할 때다. 확고한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독보적인 브랜드를 만들어 세계 시장에서 명품으로 인정받는 제품을 만들어야 할 때다.

물론, 제조사들 역시 1사 1처방이란 자정 노력과 안전한 생산 설비 구축, 확고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투자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한류 열풍과 함께 국내 화장품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지난 몇 년간 중국 기업, 중국 소비자들에게 끌려 다녔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여파는 역대 최악의 시장 상황이 예견되는 2019년 더욱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로가 의심하고 서로가 이익에 눈멀기 보다는 확고한 파트너십 구축으로 세계에서 인정받는 화장품 제조 기술, 명품 화장품 생산으로 진정한 K-뷰티의 주인이 누구인지 세계에 알려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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