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내 입이 붙을 수 있다면…”, MVP성형외과의 자선수술 현장스케치

#선천성 구순구개열 환자, 사고로 한쪽 팔마저 잃다

▲ 최우식 원장이 윤창호 씨(왼쪽)의 구순구개열 수술을 위해 자세한 진행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 최우식 원장이 윤창호 씨(왼쪽)의 구순구개열 수술을 위해 자세한 진행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2010년 이후 성형외과 병원들의 사회복지·자선의료 참여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MVP성형외과(대표원장 최우식)가 실시하는 무료 구순구개열(속칭 ‘언청이’) 및 화상환자 수술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겨울 속의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구순구개열은 화상수술과 함께 재건·재활 성형수술의 대표적인 분야 중 하나. 하지만 문제는 외모에 콤플렉스를 갖는 환자들이 수술을 하고 싶어도 1000만원(구순구개열)에서 수 천 만원(3도 중증화상은 1~2억 원)에 이르는 수술비가 없어 체념하고 사는 사람들이다. 정상인이 더 예뻐지겠다는 욕구에서 하는 미용성형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선천적인 기형인이거나 후천적인 장애인들 모두는, 어떻게 보면 우리가 아파야 할 것을 대신 아파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배려와 치료는 우리 모두 공동의 몫이어야 합니다.”

MVP성형외과(서울 강남구 신사동) 최우식 대표원장의 말이다. 2013년 1월15일 오후 2시경 그의 진료실에 한 구순구개열 환자가 들어섰다. 올해 나이 47세. 부산에서 올라온 윤창호 씨다. ‘사랑의 열매-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의 사회공헌협약에 따라 무료수술을 받으러 온 사람이다. 더 가슴 아픈 것은, 그는 꽃다운 나이인 26살 때 인쇄소 일을 하다 회전하는 윤전기에 끼어 한 쪽 팔마저 절단된 채 세상과 등지고 살아온 사람이었다. 스스로 ‘외팔의 언청이’라는 자학도 했다.

그와 마주 앉은 최우식 원장은 시종 친한 친구처럼 말을 건넸다. 하지만 윤창호 씨의 표정에는 시간에 쫒기는 사람처럼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자 최우식 원장은 모니터에 나타난 입술과 코 사진을 보여주고, 진료일지에 그림을 그려가며 환자의 관심을 유도하기 시작했다.

 “제일 신경 쓰이시는 부분이 뭐죠?”

“…………”

“코랑 입술이시죠? 사진으로 같이 보시면 코가 이렇게 휘어 있고요, 정면에서 비대칭…, 그 다음에 이렇게 입술 높이가 다르고, 가운데는 이렇게 꺼져 있거든요. 간단하게 수술과정을 말씀 드리면… 100% 정상이 될 수는 없고요, 최대한 정상에 가깝게 하는 것을 목표로 수술을 할 거예요…”

“…………”

“보통 입술 모양이 위의 높이가 같고 가운데가 이렇게 볼록한 것이 정상인데, 지금 환자분은 높이가 오른쪽이 훨씬 더 낮고요, 가운데가 이렇게 꺼져 있거든요. 그래서 정상적인 모양에 가깝게 입술 모양을 만들어 드릴 거예요. 그래서 이쪽 피부를 잘라서 높이를 같게 해주고 가운데 부분은 V자로 한 다음에 양쪽에 있는 근육을 가운데로 모아서 꺼진 부분을 볼록하게 해주는 그런 수술을 할 거고요…”

“…………”

윤창호 씨는 그저 듣기만 할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최우식 원장은 환자가 조금도 불편함이 없게 하도록 마치 친한 친구처럼 더 가깝게 다가앉았다.

“인중의 흉터는 깨끗하게 다시 잘라내고 안에 한 세 겹 이상으로 봉합을 해서 이 꺼진 흉터가 약간 올라오게 이렇게 수술을 할 거예요…”

“코는 현재 양쪽 콧구멍 높이가 많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이 높이를 맞추는 수술을 할 거고, 그러려면 일반적인 코 수술이랑은 절개 방법이 조금 틀려요…”

“중요한 것은 양쪽 연골이 원래는 이렇게 높이가 같아야 되는데 지금 창호씨 같은 경우는 이쪽 콧구멍 연골이 낮게 돼있거든요. 그래서 이 수술에서 두 번째 중요한 것은 이 낮게 위치한 연골을 밑에 있는 연골 조직에서 완전히 떼어서 정상 쪽으로 잘 올라가게 해주는 거예요…”

“…………”

“입술을 수술하면서 콧대도 조금 높이고 싶으시죠?

“네…”

뜻하지 않게 코까지 높여주겠다는 말이 반가워서일까. 한참의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무표정에 묵묵부답이던 윤창호씨가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첫 대답을 하는 순간이다.

“이렇게 입술양쪽 대칭을 다 맞추고, 코 휜 것을 교정하고 나서 그때 연골을 써서 코를 아주 살짝만 높여 드릴 게요”

“네…”

“코가 티나 게 높게 하는 걸 원하는 것은 아니시죠?

“네…”

“아주 자연스럽게 살짝만 높여 드릴게요.”

“네…”

 
 
윤창호씨의 대답에 조금씩 힘이 들어갔다. 음악에서 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을 크레센도(Crescendo)라고 하는데, 희미하지만 윤창호씨의 목소리는 분명히 점점 크레센도되고 있었다. 함께 온 ‘사랑의 열매’ 재단관계자가 확실한 대답소리를 유도하기 위해 물었다.

“윤창호씨! 혹시 원장님께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씀하세요.”

“잘됐으면 하는 마음 밖에 없습니다.”

그의 대답이 ‘네’ 라는 단음에서 처음 긴 문장으로 이어졌다. ‘사랑의 열매’재단으로부터 수술 의뢰가 들어오자 MVP성형외과 복지담당 최일권 과장과 최미례 팀장이 수술적합 대상 여부를 현장실사하기 위해 부산의 윤창호 씨를 처음 찾아갔을 때 그는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장애우를 바라보는 비뚤어진 시선이 더 큰 상처

윤창호씨는 한 쪽 팔로 명함 인쇄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주위 시선들이 처음엔 ‘언청이’ 입으로 갔다가 다시 ‘외팔이’ 팔로 옮겨가는 ‘아주 긴 시간’의 표정이 싫어 사람들이 있는 곳은 결코 가지 않았다. 그리고 ‘달동네’에서 결혼도 못한 채 한 많은 세월을 혼자 살아야 했다. 이미 체념한 삶이었다.

따라서 ‘언청이’ 수술을 한다고 해서 더 갈 수 있는 곳도, 더 좋아질 것도 없는 ‘무너진 인생’이라는 생각에 공연히 남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았다. 결국 최일권 과장과 최미례 팀장은 그날 환자 본인의 수술 승낙을 얻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윤창호씨를 MVP성형외과에서 수술 받게 해달라고 ‘사랑의 열매’재단과 최우식 원장에게 간절한 편지를 쓴 사람은, 역시 MVP성형외과에서 구순구개열 수술을 받은 부산 여성 환자였다. 그래서 그들과 병원은 아주 특별한 인연으로 특별한 친구가 된 셈이었다.

부산에서의 첫 만남 이후 MVP성형 복지담당 직원들이 윤창호씨의 마음을 돌리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몇 달에 걸쳐 재차 ‘안부전화’를 하고 있던 어느 날 “내 찢어진 입이 정말 붙을 수 있느냐?”고 수술 후의 변화에 대해 처음 관심을 보였던 것이다. 관계자들 모두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윤창호씨의 경우처럼 인생까지 이미 포기하고 사는 ‘심리장애’ 환자를 병원 수술대에 올리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절절한 사연’들이 이어졌다.

그날 수술을 받은 윤창호씨의 수술결과는 매우 좋았다. 최우식 원장의 주의사항대로 “담배를 끊고, 입술이 원래대로 자꾸 벌어지려는 성질을 막기 위해 필연적으로 해야 하는 6개월 동안의 테이프 부착을 열심히 해준다면” 100%에 가까운 회복이 예상되는 결과였다.

윤창호씨의 휘어있는 낮은 코도 바르게 잡고 높여 주었다. 최우식 원장은 수술 후 주의사항에 특히 담배를 끊을 것을 강조했다. 흡연은 수술부위 상처의 회복에 매우 좋지 않기 때문이었다.

▲ 윤창호 씨의 수술 장면. 수술은 MVP 최우식 대표원장이 직접 진행했다.
▲ 윤창호 씨의 수술 장면. 수술은 MVP 최우식 대표원장이 직접 진행했다.
MVP성형외과는 2007년부터 ‘나눔의 연동시스템’을 본격 가동시키고 있다. ‘사회적 책임’이라는 거창한 뜻 보다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구호의 의료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손을 잡아 일으키는 친구의 역할이다. 이를 위해 저소득 서민, 소년소녀 가장, 다문화가정 등 소외계층자를 대상으로 4월 30일까지 무료 구순구개열 수술, 9월30일까지 무료 화상환자 수술 신청을 접수하고 있다.

또한 ▷밀알복지재단(사회복지기관)과 국내외 구순구개열·화상환자 무료수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와 눈 피부 겹침 무료수술·소년소녀가장 장학금지원 ▷서울시 복지재단과 구순구개열·눈피부겹침 무료수술 ▷중국 하얼빈지역에 18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흑룡강성영호투자그룹유한공사와 구순구개열·화상환자무료수술 ▷네이버(포털사이트) 해피빈과 무료수술 지원 등의 협약을 맺고, 행복과 재능을 나누고, 사랑과 평화를 더하는 사회공헌 활동에 조용히, 그리고 적극 나설 계획이다.

유승철 편집위원 cow242@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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