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부담에 흐려진 가격대, 화장품 가치 잡아야 ‘명품’ 나온다

 
 

[뷰티한국 최지흥 기자]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 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위명을 떨치던 K-뷰티도 위기를 맞고 있다.

2015년 하반기부터 불기 시작한 중국발 사드 정국으로 계속되는 관광객 감소에 이어 코로나19 직격탄으로 내수 부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수출 역시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화장품 업계의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시기다.

지난 3월과 최근 8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수출 실적 자료들에서는 화장품 수출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지만 모든 화장품 업계 사람들이 알 듯 공식 수출이 갖는 한계는 그동안 K-뷰티로 얻어진 수익에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거품이 빠졌다고 하기에도 최근 국내 화장품 업계가 갖는 위기감은 역대 최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 소위 ‘명품’이라고 불리는 화장품을 만들고자 했던 국내 대표 화장품 기업들의 의지가 꺾기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흐려진 가격대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이 배가 된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재고 부담을 이겨내기 위해 유통 다각화에 나서는 동시에 파격적인 할인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 중이다.

타 유통 보다 저렴하게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소셜 커머스에서 진행하는 10분 딜, 1시간 딜 등의 기획은 물론 온라인 최저가를 검색하면 백화점에서 고가에 판매되던 국내 화장품 브랜드 제품 가격은 저가로 판매해 온 화장품 브랜드숍 가격과 비슷할 정도다.

결국, 지난 몇 년간 세계 시장에서 위명을 떨치던 K-뷰티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흐려진 가격대는 우리나라 화장품의 가치를 떨어트리고, 이미지까지 실추시키고 있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물론, 중국의 로컬 브랜드 육성을 비롯해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포화 등 여기에는 다른 이유도 많다. 하지만 핵심은 재고 부담이다. 그리고 급격한 매출 감소로 실적 개선을 위해 무리한 할인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소위 명품 취급을 받았던 대표 화장품 브랜드들의 제품을 온라인에서 최저가로 검색하면 바로 최근의 심각한 문제를 바로 알 수 있다.

물론,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다. 그동안 높은 가격대로 인해 구매하기 쉽지 않던 유명 브랜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기업이나 국내 화장품 전체 사업의 내일을 생각한다면 이는 장기적으로 절대 환영 받을 일이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 제품의 가격은 그 제품의 가치를 증명하는 바로미터다.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 제품을 개발했는지, 얼마나 좋은 성분을 썼는지 등의 가치가 가격으로 평가 받는 것이다.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투자 역시 소비자 가격에 녹아 있다.

한번 올린 가격은 다시 내리기 쉽지만 한번 내린 가격을 다시 올리기 어려운 것이란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가격대가 낮아지면 브랜드 가치도 하락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최근 화장품 업계의 모습은 어떤가. 화장품 가격을 내리고, 내리고, 또 내리고 있다. 일단 살고 봐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실제로 그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장품사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명 브랜드들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그들에게는 여전히 막대한 마케팅비를 쓸 수 있는 여력이 있고, 실제로 다양한 투자들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화장품 브랜드의 가치를 떨어트릴 수도 있는 가격대를 낮추고 있는 이유는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지금 당장은 어려워도 위기가 기회를 만들 듯, 기다리고 인내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만들고 싶어 했던 명품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화장품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가 이렇다는 이야기는 해외 수출이 코로나19 속에서도 늘어난 이유를 추측할 수 있게 한다. 면세점에서 매장이 철수하면서 돌려받은 제품들, 오프라인 매장에서 팔리지 못해 돌아 온 제품들 등 막대한 재고 처리가 해외에서도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국내에서 라이브 방송 판매 등이 확대되면서 저렴한 가격에 제품이 판매되고 로드숍들은 평균 50%에서 최대 70%까지 제품을 할인해 판매 중이다.

여기에 중국 왕홍을 활용한 라이브 판매는 공급가 형태로 제품을 판매하면서 화장품의 가격대는 더욱 낮아지고 있다.

이렇게 풀린 제품들은 다시 온라인 등 다른 유통에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결국 정가라는 말이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사라지게 될 공산이 크다.

이는 이미 해외에서 총판이나 독점 등의 형태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바이어들과의 신뢰가 깨지는 문제로도 발전할 수 있다.

자신의 가치는 자신이 지켜야 한다. 대한민국 화장품의 가치 역시 브랜드가, 기업이, 그리고 업계가 지켜가야 한다. 어렵지만 인내하고 준비하면 반드시 기회는 온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스스로가 자신이 만드는 화장품에 대한 기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기회가 되길 희망해 본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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