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효 중복처방 연간 390만 건, 소화기관 약 가장 심해

불필요한 약의 오남용이나 중복처방을 방지하기 위해 의사는 처방 시 환자가 현재 복용중인 약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며, 환자 또한 의료기관 방문 시 현재 복용중인 약을 상세히 고지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강윤구, 이하 심평원) 심사평가정책연구소(소장 김윤)는 29일 처방약제의 적정사용을 도모하기 위한 ‘동일효능(약효)군’의 치료기간 중복 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발표, 100명의 한 명 꼴로 의약품이 중복 처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일효능(약효)군 약의 중복처방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약제는 위장관운동개선제, 히스타민(H2) 수용체 차단제, 위궤양과 위식도 역류질환의 기타약제라는 이른바 위장약, 소화제 등의 소화기관용약제들로, 다른 질환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전체 중복 처방의 51%에 이르고 있다.

심평원은 “소화기관용약제는 약의 처방 시 소화기계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처방되었을 가능성이 높으나 임상적으로 소화기계 부작용 예방효과 근거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과다복용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고 밝혔다.

동일효능(약효)군이란 동일한 성분 외에도 화학구조 및 작용기전이 비슷해 약효가 유사한 약품들로, 심평원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개발한 국제 의약품 분류코드(ATC ; Anatomical Therapeutical Chemical)를 이용, 개별 성분들 보다 한 단계 상위 단계인 ‘ATC 4단계’를 동일효능(약효)군으로 보고 있다.

심평원 기준인 ATC 4단계를 위궤양 치료제로 예로 들면, 시메티딘(cimetidine), 라니티딘(ranitidine), 파모티딘(famotidine) 등 히스타민(H2) 수용체 저해제가 모두 동일 ATC 4단계 약물에 해당된다.

이에 따라 2011년 한 해 동안 의료기관에서 처방전을 두 번 이상 발급받은 환자의 10%를 무작위 추출하여 분석한 결과, 동일효능(약효)군 내 의약품이 중복 처방된 경우는 전체 처방건의 0.9%였으며, 이 중 ‘4일 이상 처방기간 중복 건’은 전체 처방 건의 0.2%로 나타났다.

4일 이상 중복처방 된 건수를 전체 환자로 추계하면 연간 약 390만 건, 이때 중복처방 된 의약품이 미사용 된다고 가정하면 낭비되는 약품비의 규모는 대략 260억 원(전체 약품비 대비 0.3%)으로 추정된다.

의료급여 환자의 경우 건강보험 환자에 비하여 중복처방 비율이 높아, 의료급여 전체 처방 건의 미사용 가능 의약품은 0.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복처방 의약품을 발생시킨 두 처방전이 동일한 질환의 치료를 목적으로 한 경우는 12.9%, 다른 질환의 치료를 목적으로 한 경우는 87.1%로, 미사용 가능 의약품은 대부분 다른 질환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평원은 “동일한 질환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처방기간이 중복된 의약품은 복용되지 않고 버려질 가능성이 높아 건강보험 재정 낭비, 환경오염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 반면, “각기 다른 질환의 치료를 목적으로 한 처방기간 중복 의약품은 환자가 모두 복용할 가능성이 높아, 과다복용으로 인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임상 근거가 불확실한 의약품에 대한 남용은 건강악화 및 건강보험 재정 누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1회 복용분이 한 포에 포장되는 것을 감안할 때 환자가 중복 처방된 동일효능군의 의약품을 구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어서 처방 시 환자와 의사 모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한편 대한의사협회 역시 지난 2003년 발표한 ‘소화기관용약제 사용 권장 지침’에서 “임상적 근거가 낮아 증상예방을 위한 목적으로 소화기관용약제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예방적 목적으로 소화기관용약제가 사용되는 경우 약의 과다복용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처방 시 기대 효과가 유사한 동일효능(약효)군 약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유승철 편집위원  cow242@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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