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에서 존재와 진리의 현전과 부재를 감상하는 당신이 유빕이다.

 

21세기의 전반부를 살아가고 있는 가운데 필자가 <뷰티한국>의 고정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지 어언 1년이 지났다.

동양철학(주역)에서 서양철학으로 배움의 방향을 전환하면서 많은 철학자들을 만나 사유의 지평을 넓힐 수 있었다.

이제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기에 동양화처럼, 보건의료계에서 핵심 보다 여백의 미학을 강조해 온 필자가 철학계에서 또한 여백(부재 혹은 무의식)을 강조함으로써 중심을 거부한 포스트모더니즘의 중심 철학자 데리다(Jacques Derrida, 1932-2004)를 3부작(42-44호)으로 다루며 45호를 최종편으로 삼고자 한다.

 

▲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 1932~2004). 알제리 태생의 유태계 프랑스 철학자. 철학뿐 아니라 문학, 회화, 정신분석학 등 문화 전반에 관한 많은 저서를 남겼으며, 특히 포스트모더니즘으로 특징지어지는 현대철학에 해체(解體) 개념을 도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해체는 탈구축(脫構築)이라고도 불리며, 중심에서 소외되어 있는 비주류, 아이, 여성, 유색인종 등 소수계층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강조한 의미로 주목을 받았다. (참조=위키백과)
▲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 1932~2004). 알제리 태생의 유태계 프랑스 철학자. 철학뿐 아니라 문학, 회화, 정신분석학 등 문화 전반에 관한 많은 저서를 남겼으며, 특히 포스트모더니즘으로 특징지어지는 현대철학에 해체(解體) 개념을 도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해체는 탈구축(脫構築)이라고도 불리며, 중심에서 소외되어 있는 비주류, 아이, 여성, 유색인종 등 소수계층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강조한 의미로 주목을 받았다. (참조=위키백과)

 

◇ 데리다의 해체 : 고전의 꼼꼼한 읽기(텍스트의 내재적 접근)

 

데리다는 1967년 세 권의 주저인 《목소리와 현상》, 《그라마톨로지에 관하여》, 그리고 《글쓰기와 차이》를 동시에 출간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모든 텍스트에는 저자의 무의식이 '부재한 기표'로 들어있다. 드러난 것은 오직 빙산의 일각일 뿐, 텍스트란 언제나 존재와 진리를 향해 가는 도상(道上)의 사유이며 새로운 해석에 열려져 있어야 한다.

특히 데리다의 '글쓰기'(에크리튀르. ecriture) 이후 서구의 형이상학이 총체적으로 비판을 받으면서 문자(에크리튀르)에 대한 말의 우위는 해체되었다.

데리다는 플라톤에서 헤겔에 이르기까지, 혹은 피상적인 차이를 넘어 소크라테스 이전의 고대 철학자들로부터 현대철학의 하이데거까지 서구의 철학사를 로고스 중심주의로 보았기에 존재의 의미를 '현전'(presence)으로 규정했다.

여기서 ‘현전’이란 망각 혹은 은폐되어있던 존재나 사물의 非진리가 직관에 의하여 의식에 진리로 직접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고로 현실에서든 관념세계에서든 대상으로부터 소외되지 않고 대상이 눈앞에 있거나 의식 속에 함께 하는 직접성 내지는 인접성이 현전에 모두 포함된다.

즉 데리다가 서구 형이상학을 '현전의 철학'으로 정리ㆍ단언함으로써 그 존재 의미를 언급할 때, 그것은 곧 진리나 로고스, 또는 원리나 본질 등이 주체 자신에 현전하는 그 현전을 추구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현전의 철학이 문자 중심이 아닌, 음성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고로 데리다는 '목소리와 현상'(여기서는 서구의 형이상학에 갇혀있는 후설을 가리킴)도 환상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 필자 한병현의 세계적인 스테디셀러 『사회약료와 보건의료체계(2014. 서울대)』의 도입부에 실린, 필자의 죽마고우 이선우 화백(홍익대교수)의 동양화. 대상과 여백의 조화를 강조한 작품이다. 서양화와 달리 동양화에는 아무 것도 그려넣지 않고, 아무 색도 입히지 않은 빈 여백이 ‘무언의 메시지’로 존재한다. 그곳이 바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공간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 필자 한병현의 세계적인 스테디셀러 『사회약료와 보건의료체계(2014. 서울대)』의 도입부에 실린, 필자의 죽마고우 이선우 화백(홍익대교수)의 동양화. 대상과 여백의 조화를 강조한 작품이다. 서양화와 달리 동양화에는 아무 것도 그려넣지 않고, 아무 색도 입히지 않은 빈 여백이 ‘무언의 메시지’로 존재한다. 그곳이 바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공간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 목소리와 에크리튀르

 

목소리(말)는 진리ㆍ로고스ㆍ사물 자체, 혹은 영혼의 상태와 직접적으로 인접해 있으며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즉 목소리는 물 자체의 내면성이나 관념성 혹은 영혼을 상징, 근본적 기의(signifie premier)와 가장 인접해 있으므로 타자나 세계의 매개성 없이도 ‘자신이 말하는 것을 스스로 듣는’ 목소리의 현상은 '비세계적 성격'을 띠며 물 자체의 관념성을 가장 잘 드러낸다. 고로 로고스는 곧 말씀을 의미한다.

반면에 문자는 기표(signifiant)의 기표로서 음성 언어를 대리표상함에 지나지 않거나 죽은 언어로 무시되어 왔다.

하이데거(M. Heidgger, 1889-1976)를 공부한 후, 전략적으로 니체(F.W.Nietzsche, 1844–1900)를 따라간 데리다는 서구 철학의 음성중심(로고스중심) 주의가 표음문자인 알파벳의 형이상학으로서 (自)민족중심의 독단적인 발로일 뿐, 그가 강조하는 흔적ㆍ차연ㆍ대리보충 등의 메타개념들을 은폐하거나 추방ㆍ배제함으로써 문자중심의 표의문자들을 왜곡, 격하시켰다고 반박한다 : '진리는 부재(absence)에 있다'

그 결과 전통적인 서구 형이상학을 해체하기 위하여 그것을 구조화시키는 언어와, 관련 개념들을 해체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데리다의 해체는 대립적이며 음성언어와 문자언어, 나아가 광의의 문자인 에크리튀르를 집중하여 다루게 된 것이다.

동양화는 대상과 여백의 조화를 강조한다. 데리다가 동양화에 눈 떴다면 에크리튀르에 의존함에 더하여 더욱 심오한 사유세계를 열어갈 수 있었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필자의 《사회약료와 보건의료체계(2014)》는 머리말의 에크리튀르가 전개되기 이전에 한국화 한 점을 보여준다. 감사하게도, 죽마고우(竹馬故友)인 홍익대 이선우 화백이 흔쾌히 실어준 그림이다.

동양화에서 존재와 진리의 현전과 부재를 감상하는 당신이 유빕이다.

 

▲ 필자 한병현 : 서울대 약학대학 및 동 대학원 졸. 미국 아이오와대 사회약학 박사. 前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사업단장. 前아시아약학연맹(FAPA) 사회약학분과위원장. 前사회약학연구회 회장. 前대통령자문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위원. 국제학술지 ‘AIMS Medical Science’ 前객원편집장. 現유빕공동체 대표. 現압구정 예주약국 대표. 現BOC(방앤옥컨설팅) 감사.
▲ 필자 한병현 : 서울대 약학대학 및 동 대학원 졸. 미국 아이오와대 사회약학 박사. 前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사업단장. 前아시아약학연맹(FAPA) 사회약학분과위원장. 前사회약학연구회 회장. 前대통령자문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위원. 국제학술지 ‘AIMS Medical Science’ 前객원편집장. 現유빕공동체 대표. 現압구정 예주약국 대표. 現BOC(방앤옥컨설팅)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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