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미스코리아에게만 주어지는 수식어가 있다.

바로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인생에 있어 짤막한 한 줄이지만 세상에 태어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다양한 감정과 상황에 마주하며 오랜 준비, 열정을 담은 노력을 통해 결과가 매듭지어진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타이틀, 그것을 지니고 사는 아름다운 이들의 이야기. 대회가 끝나면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뷰티한국이 연재하는 ‘미스코리아 인생 열 컷’은 그녀들의 현재 시간에 초점을 맞췄다. 앞으로 더욱 선명한 색감으로 채워질 컷에 대한 예고편까지.

컷이란 끝남과 동시에 시작이다.

사진=2022 미스코리아 서울 미 한솔
사진=2022 미스코리아 서울 미 한솔

[뷰티한국 박솔리 기자] 오늘 보낸 하루가 쌓여 일생이 되는 삶, 방향을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따라 인생 내비게이션은 큰 오류 없이 목적지를 향해 뻗어 나간다.

2022 미스코리아 서울 미 한솔. 그녀는 요즘 미용실 주인이자 살해 용의자였다가 또 다른 날은 살인자로 삶이 바뀐다. 정해진 결말은 없다. 목적지 설정을 야무지게 해 두어도 다른 길로 들어설 때가 많다. 그것도 거의 매일. 대학로 최고 인기 연극 ‘쉬어매드니스’ 주인공 이야기다.

다들 별 것 없고 똑같은 인생이라지만 배우의 길은 ‘평범’에서 약간 비켜난다. 날마다 하루가 새 것 같은 신상이다. 원하든 아니었든 주어진 배역을 기어코 해내야 한다. 아주 진짜인 것처럼. “사실 이런 부분 때문에 배우라는 직업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무대 위에선 순간에 집중하기에 매번 다른 감정을 느껴요. 같은 대사도 상대가 어떤 뉘앙스인지, 그날 분위기가 어떤 지에 따라 저의 감정도 달라져요. 그래서 무대가 너무 좋아요. 매번 새로우니까요.” 하루 세 번 공연, 쉬는 날은 손에 꼽힌다.

마로니에 공원에서 마치 사계절 피어 있는 프리지어 같은 배우 한솔을 만났다. 그녀는 주변을 향기로 물들였다.

#컷 1
“2022 미스코리아 서울 미 한솔”

사진=@hansol101
사진=@hansol101

“내 눈엔 젤 예쁜 내 딸, 도대체 미스코리아엔 언제 출전하는 거야?” 아빠의 딸 사랑은 유명했다.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지만. 두 분을 많이 닮았고 부모님 장점만 골고루 영양분이 되어 자랐다. 배우로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었던 그녀는 사실 미스코리아엔 별 관심이 없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볼까 싶어 ‘부모님 몰래’ 출전했다. 큰 기대와 동시에 혹시라도 실망을 안겨드리기 두려웠다. 지역 대회 중에서도 가장 벽이 높다는 서울 대회에서 ‘미(美)’에 당선됐고 본선에서는 톱10에 선정될 만큼 대회 성적이 좋았다. 소중한 인연을 만났고, 내로라하는 인재들에게서 보고 배울 점이 많아 행복했다. 최선을 다하는 기쁨도 얻었다. 참가자 모두 진심으로 임하는 모습을 보며 성장판에 자극을 받았다. “최소한 미스코리아 타이틀에 먹칠하진 말자, 더 좋은 사람이 되자 다짐하며 대회를 마무리했어요.”

#컷 2
“미스코리아 합숙요? 규칙을 잘 지키자, 배려습관을 탑재할 것”

2022 미스코리아 본선을 치르기 위해 무려 29박 30일의 합숙을 거쳤다. 이 기간에는 기본적인 소양을 다지고 대회 준비를 위한 셀프 헤어 메이크업, 워킹 교육 등이 이루어진다. 60여 명의 단체 생활이기에 한 명이 규칙을 어기면 일정이 엉망이 되기 때문에 약속이 정말 중요하다. 예고를 나온 그녀는 학창 시절부터 기숙사 생활에 익숙해 누구보다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다만 ‘배고픈 건 못 참아.’ 하루 세 끼에 간식까지 준비되지만 상상보다 더 타이트한 일정과 에너지 소모로 늘 배가 고팠다. 정해진 장소에서만 다 같이 먹을 수 있었는데 한 날은 그야말로 눈에 뭐가 씌었는지 주머니에 빵을 몰래 숨겨 나가기도 했다.
“그래서 안전한 야식 드셨나요?”
“아니요. 나가는 순간 경호원분들에게 딱 걸려서 뺏겼어요. 내 빵~하면서 거의 울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너무 웃겨요. 빵이 뭐라고…그땐 너무 소중했어요” “맞다, 또 에피소드가 생각나요. 이것도 먹는 이야기예요. 숙소 중 한 곳 1층이 치킨 집이었는데 냄새 때문에 너무 괴로운 거예요. 그래서 택배로 낚싯대를 시켜서 몰래 끌어올려 배달해 먹을까 룸메들과 별별 상상을 다했어요. 결국 실행에 옮기진 못했어요. 집에 가라고 할까봐요.”
한솔은 합숙을 거치며 수많은 일들이 모두 소중한 추억이 되었고 웃긴 일도 많았다고. 전국 각지 뛰어난 친구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고 한 달간 서로는 경쟁자가 아니라 응원해주고 도움을 주는 친구였다. 다만 임기가 다른 기수들에 비해 너무 짧아 아쉬운 마음은 있다. “눈 떠보니 순식간에 대관식을 하고 있더라고요.”

#컷 3
“배우 한솔은 변화를 즐길 줄 아는 사람, ‘솔며’드실래요?”

배우라는 직업은 자신을 한발짝 건너뛰면 다른 인생이 펼쳐진다. 많은 이들이 ‘다른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는 얘기를 하곤 한다. 평소  골프나 액티브한 운동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가만히 누워 천장만 바라보는 일도 즐거운 집순이다. 그래서 내면을 끌어내고 다양한 삶을 살아보는 배우라는 사실이 오히려 잘 맞고 즐기면서 할 수 있다. 좋은 사람이 좋은 배우가 된다고 생각한다. 연기에도 다 묻어 나오기 때문에. “좋은 사람이라면 어떤 일이든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우 한솔로 대답한다면 ‘솔+스며든다’의 ‘솔며 드는’ 배우가 되고 싶다. 어떤 역할이든 내 연기를 보는 관객들도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며 역할에 스며들게 하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성공한 삶이 되지 않을까요?” 한솔은 이런 인간적인 목표 때문이라도 배우로서 사는 동안 연극의 끈은 놓지 않을 생각이다.

#컷 4
“대학로 1위 연극 '쉬어매드니스' 장미숙이 범인일까요?”

사진=쉬어매드니스
사진=쉬어매드니스

한솔은 아주 재밌는 연극에 출연 중이다. 관객이 결말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이 아니라 직접 범인을 지목해 주도적으로 결말을 만들어 낸다. 공연마다 범인이 다르니 순발력이 빛날 수밖에. ‘쉬어매드니스’라는 미용실 윗층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에 관한 스토리로 피해자는 분명하지만 치밀한 알리바이가 존재하는 네 명의 용의자가 있다. 여기서 한솔은 미모의 미용실 주인 장미숙을 연기한다. 관객과 배우가 함께 호흡하고 매회 다른 결말이 압도적으로 매력 있다. 한솔은 이 무대에서 본인이 표현할 수 있는 미숙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있다. 범인으로 지목된 적도 정말 많다고. “준비도 많이 하지만 당혹스러울 때가 많아요. 애드리브도 굉장히 중요해서 긴장의 연속이에요. 근데 진짜 재밌어요.” 미모의 헤어디자이너 역할이 정말 찰떡이다. 오는 9월 말까지 공연이 예정돼 있다.

#컷 5
“속독의 여왕이 정독의 여왕이 되었어요” 추천 책은 ‘트렌드코리아’

어릴 때 속독학원에 다녔는데 읽는 건 정말 빨랐다. 근데 문장이 마음에 남지 않았다. 빨리 읽기만 했을 뿐. 미스코리아 본선을 준비하며 책 읽는 재미를 느꼈다. 천천히 가면 더 깊어진 다는 것을. “대회 라이브 인터뷰가 중요하고 상식이 없으면 대답을 아예 못해요, 그래서 2022 본선 진출자들만의 필독서는 트렌드 코리아였어요. 얼핏 트렌드 단어 자체는 유행에 맞물려 가볍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안에 언어와 생활, 시대와 흐름, 역사와 미래까지 전부 포함돼 있거든요. 서로 좋은 책을 공유하는 분위기도 너무 좋았어요. 그때 닿았던 경험으로 요즘도 독서를 즐겨해요.”

#컷 6
“사랑 듬뿍 듬뿍 받던 어린시절, 드레스는 기본”

중고등학교 시절 부모님의 교육관은 조금 남달랐다. 통금시간과 청소년으로서 지켜야 할 도덕적인 부분은 아주 엄격하셨지만 화장이나 미니스커트, 구두 등 여자로서 꾸밀 수 있는 특권에 대해선 먼저 권유하실 정도로 개방적이셨다. 중학교때 하이힐을 선물해 주셨고 메이크업에 공들이는 모습에도 잔소리 한 번 안 하셨다. 사진은 유치원 시절이다. 집 거실에서 엄마가 찍어 주셨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 어렸을 때 아침마다 엄마가 예쁘게 머리를 묶어 주셨고 옷도 늘 공주처럼 원피스나 레이스가 있는 옷을 입혀 주셨다. 그럴 땐 옆에서 아빠가 꼭 한마디 하셨다. “우리 딸, 미스코리아 나가야지~” 어릴적 사진을 보면 부모님의 넘치는 사랑이 느껴져 행복해진다.

#컷 7
“파우치 공개, 나의 뷰티템 핵심은 치크”

사진=@hansol101
사진=@hansol101

누구에게나 고수해온 자신만의 메이크업 핵심이 있다. 꼭 하나 꼽으라면 첫째도 둘째도 ‘치크’다. 파우치는 늘 뚱뚱한 편. 공연 메이크업도 셀프로 하기 때문에 집을 나서기 전 풀메는 기본, 풀메를 완성시킨 뷰티템은 그대로 파우치에, 온도, 공기, 공간에 가끔씩 화난 트러블을 잠재우기 위한 패치까지 큰 파우치는 넉넉할 틈이 없다. “화장이 재밌어서인지 어느 룩이든 메이크업 변화가 어렵지 않은 것 같아요.” 물을 마시지 않는 날이 더 많았던 그녀지만 어느 날부터 하루 2리터는 가뿐하다. 기상직후 미지근한 물 한잔 마시기, 피부도 좋아지고 다이어트에도 확실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2리터’를 기억할 것…!

#컷 8
“패션은 익숙함과 새로움 경계 없이 꺼내 입어보는 것”

사진=@hansol101
사진=@hansol101

“기성복이지만 맞춤복처럼 꼭 맞는 핏을 찾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땐 같은 옷을 한 장 더 사두고 번갈아 가며 입기도 해요. 나중에 사면 된다고들 하는데 언제 단종될 지 모르거든요.” 패션 스타일은 그때 그때 다르다. 화려함과 청순함을 넘나들며 분위기, 장소, 기분에 따라 달라진다. 화장 역시 패션에 맞춰 반짝였다가 어느 날은 러블리해진다. 디자인을 따지기 보다는 좋아하는 화이트 등 컬러를 기준으로 옷을 선택하는 편이다.

#컷 9
“환경을 위한 작은 노력! 장바구니 필수고요, 업사이클에도 관심이 많아요”

사진=@hansol101

소소하게 생활에서 실천하는 것이 환경운동의 시작이다. “쓰레기를 절대 바닥에 버리지 않고 가까운 거리는 걸어가는 거요! 운좋게 마주하는 맑은 하늘, 차로 닿을 수 없는 자연도 느낄수 있어 좋아요. 작은 습관이 모인다면 환경보호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일회용품 사용도 줄이기 위해 의식하며 실천하고 가방 속에 장바구니는 꼭 넣어 다녀요. 그리고 요즘엔 업사이클링 제품에 관심이 많아요.”

#컷 10
나는 "으린이"

“저는 위로 30세 차이까지도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아주 어린 동생들과도 잘 맞아요. 그래서 어른도 어린이도 아닌 '으린이' 같아요. 학교에서 이순재 교수님께 배웠고 연극계 대 선배님들과도 소통이 잘되는 편인 것 같아요. 새겨들을 말씀도 많이 해주시고 항상 배우고 있어요.” 다양한 연령대를 마주하는 것, 새로움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그녀의 성격과 일치된다. 어렵지 않게 눈높이를 맞출 수 있다는 건 능력이 분명하다. 그리고 본인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존재감까지 밝혀주는 것도.

한솔의 인생 열 컷은 여기까지. 사람의 행복은 끊어낼 수 없는 일, 직업에서 찾아오고 행운도 따른다고 한다. 한솔은 여기에 일을 사랑하는 마음까지 얹혀졌으니 축복 받았음이 틀림없다. 언제 어디서든, 어떤 선택을 하든 ‘아주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배우 한 솔, 그녀의 앞날이 벌써부터 반짝인다.

박솔리 기자 solri@beautyu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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