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낫이너프워즈 디렉터
서울켈렉션 인기 디자이너
패션에 이어 공예 작가로 예술 영역 넓혀...
전시를 통한 공감대 형성
업싸이클링 기반의 다양하고 독보적인 디자인이 주특기

사진=패션 디자이너이자 공예작가인 문정욱
사진=패션 디자이너이자 공예작가인 문정욱

[뷰티한국 박솔리 기자] 문정욱이라는 장르는 정체성은 분명하지만 정체기는 없다.

정글 같은 패션 세계, 24년차 디자이너다. 늘 같이 해왔던 공예, 주얼리 작가로도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작가는 전시를 매개체로 오래 시선을 머물게 하는 작업을 한다면 패션 디자이너는 쇼로 관객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아야 하는 어찌 보면 극명한 상황 차이가 있음에도 둘 다 훌륭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낫이너프워즈(NOT ENOF WORDS). 문정욱 디자이너가 전개하는 브랜드다. 직역하면 ‘말수가 적은’.

미사여구 필요없이 그저 보면 된다.

#패션 디자이너자 공예작가 문정욱
많은 사람들이 그의 정체성을 의심하곤 한다. 주얼리 작가인지 패션디자이너인지. 진실은 두가지 모두다. 초창기때부터 의상에 자신이 직접 만든 액세서리 작품을 녹여냈다. 낫이너프워즈는 모던스트릿 캐주얼을 지향하는 브랜드다. 그동안 서울패션위크에서 활동하며 컬렉션을 선보였다. 올해부터는 지속가능한 패션주얼리 브랜드를 런칭할 계획이다. 하반기에 만날 수 있다.

요즘은 주얼리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있고 그동안 틈틈이 만든 작품으로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얼마전 갤러리밀스튜디오에서 개인전을 했는데 이를 계기로 초대전 제안을 받아 새로운 작품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자연적인 것과 화학적인 것의 양극화된 사회적 현상들을 동 시대적 발상으로 공감하고자 했고, 장르 간의 트렌디한 요소(90년대 레트로 무드)를 융합해 뉴트로 무브먼트를 표현했다." 디자이너가 전개하고 있는 ‘낫이너프워즈 2023 F/W 서울패션위크에서 가을 겨울 컬렉션/사진제공=서울패션위크
“자연적인 것과 화학적인 것의 양극화된 사회적 현상들을 동 시대적 발상으로 공감하고자 했고, 장르 간의 트렌디한 요소(90년대 레트로 무드)를 융합해 뉴트로 무브먼트를 표현했다." 디자이너가 전개하고 있는 ‘낫이너프워즈 2023 F/W 서울패션위크에서 가을 겨울 컬렉션/사진제공=서울패션위크

#작품에 녹아든 ‘업사이클링 & 제로웨이스트’ 개념
옷이든 주얼리든 작품이 전반적으로 업사이클링과 제로웨이스트를 기반하고 있다. 어려서 즐겨했던 리폼의 고급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고 버려진 것이나 재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재료를 선별해서 사용한다. 새로 작업하는 재료와 기법은 에나멜 와이어(동선)에 비즈, 원석, 준 보석류를 끼워 니팅(뜨개질, 코바늘뜨기)으로 작업 중이다.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솔직히 처음 패션계 입문했을 때는 친환경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이나 개념이 부족했는데 돌이켜보니 태생이 ‘업사이클링’이었다. 늘 버려진 것을 다시 쓸 궁리를 하고 있었고 자투리를 모아 하나를 완성하는 자체가 생활이었다.

#회사에 소속감을 느끼는 것도 큰 기쁨이자 기회
“본인의 브랜드도 있고 잘되고 있는데 왜 회사 생활을 계속하나요?” 그가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다. 여기에 대한 그의 대답은 “나는 회사를 다닐 때 가장 행복하고 회사의 모든 상황들이 배움의 현장이며 그것을 내 브랜드에 녹여낼 수 있었다”는 것.

가장 멋진 기억을 꼽으라면 엘레쎄 CD로 소속되어 있었을 때다. 짧았지만 의견 모든 것이 허용됐고 브랜드 부활을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 상상한 것이 현실화되는 짜릿한 경험을 하며 자신의 가능성을 동시에 느꼈다. 조금 더 큰 결과를 만나고 싶었지만 브랜드가 정리되면서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 아쉬움을 메꾸기 위해, 후회 없는 가치를 만들기 위해 열일 중이다.

#문정욱의 사람개념
그는 인플루언서다. 새로운 일도 많이 하지만 새로운 이들도 많이 만난다.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어오기도 한다. “저 은근히 낯 많이 가리거든요. 까다롭기도 해요. 눈빛만 보면 상대방 의도도 쉽게 읽히기도 하고요. 고등학생 때부터 패션계에 뛰어들어서 그런가봐요.”

그의 신조는 ‘있는 그대로 나 답게 살자’다. 어떤 분야든 영악하고 가식적이고, 음흉한 부류가 있기 마련이다. 사람이니 사람에게 상처받은 적도 많다. 그래서 사람을 먼저 벽을 하나두고 가리는 편이다. 그런데도 왜 주변에 사람이 많은 걸까? 해답은 솔직함에 있다. 또, 한 번 인연을 맺으면 언제 만나든 지금 내 위치와 경력을 따지지 않고 처음 만났던 그 때의 자신으로 되돌아간다.

사진=문정욱작가의 주얼리 작품 
사진=문정욱작가의 주얼리 작품 

#계획형 인간
패션계 신입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은 패션이라는 분야는 변수가 많다는 것. 자기 주장이 강한 사람들끼리 같은 목적을 향해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하니 틀어지거나 심하면 엎어지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겪게 된다. 이를 자주 경험하게 되면 내성이 생기고 동시에 본능적으로 플랜비를 꾸려 놓을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전시가 취소되면 생각해 두었던 콜라보를 구체화 한다든지. 성격은 무한 긍정이지만 상황은 부정을 예견해야 하고 또 다시 일어서고 나아갈 준비, 새로운 일들에 대한 계획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서 그는 계획이 습관화 되어있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고 생각해요. 평소 부지런하게 살았고 앞으로도 부지런할 예정이에요.”

#발품파는 사람
회사 생활을 할 때도 같이 있지만 혼자인 기분이었다. 솔직히 잘하기도 했었고 질투의 힘을 받으면서 살아왔던 것 같다. 이 때 느낀 건 하고 싶은 걸 혼자 해보자. 결국 인간관계든 거래처든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 지금도 쉬는 날이면 거리를 쏘다닌다. 이런 새로움, 저런 재미, 요즘 위트, 그러다 대박을 만나기도 한다. 이를테면 이런 상황에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도 대박 중에 대박이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서로 소통하며 도움을 많이 받았고 부족함을 채워줄 크루가 있다. 요즘은 전시도 하고 주얼리 판매도 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을 꾸리기 위해 발품 파는 중이다.

#미완성 인생
최근 그에겐 개인적으로 크다면 큰 사건이 있었다. 의도된 건 아니었지만 규칙에 어긋나는 일이었고 이 일을 통해 한발짝 성장해 나가는 중이다.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은 그동안 지켜내고 발전시켰던 커리어에 분명 타격이 있다. 그리고 결과론 적인 사회에서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배웠다.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자기 객관화다. “나는 미완성이다. 무엇을 했든 내가 한 일이며 두려움은 없다. 앞으로도 수십 번 넘어지는 날이 있을 것이며 다시 일어날 것이고 그렇게 나는 완성될 것이다.”

“자연적인 것과 화학적인 것의 양극화된 사회적 현상들을 동 시대적 발상으로 공감하고자 했고, 장르 간의 트렌디한 요소(90년대 레트로 무드)를 융합해 뉴트로 무브먼트를 표현했다." 디자이너가 전개하고 있는 ‘낫이너프워즈 2023 F/W 서울패션위크에서 가을 겨울 컬렉션/사진제공=서울패션위크
“자연적인 것과 화학적인 것의 양극화된 사회적 현상들을 동 시대적 발상으로 공감하고자 했고, 장르 간의 트렌디한 요소(90년대 레트로 무드)를 융합해 뉴트로 무브먼트를 표현했다." 디자이너가 전개하고 있는 ‘낫이너프워즈 2023 F/W 서울패션위크에서 가을 겨울 컬렉션/사진제공=서울패션위크

#패션 디자이너의 건반
태생적으로 손재주와 예술적 감성을 타고 났다. 어려서는 피아노 영재였고 지금도 교회 반주 봉사 등으로 건반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선율을 만지듯 손끝 감각은 옷과 액세서리에도 스며든다. 때로는 과감하게 때로는 아름답게 또 섬세하며 흐름이 맞는 디자인은 눈으로 만나는 음악 같다. 피아노는 그의 감성이 현실화되어 흘러나오는 것이고 패션도 같은 범주에 속한다. 상상이 오늘이 되는 것, 그에겐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이유다.

#나는 ‘멘탈 갑’, 최종 목표는 패션아티스트
늘 갑의 인생을 살고 있다. 스스로에게 부여한 멘탈 갑. 오랜 기간 실무를 쌓았고 사회적 경험이 많다 보니 탄탄한 내공은 분명 독보적이다. 패션, 뷰티, 액세서리가 모두 융합된 편집샵도 만들고 싶고 무엇보다 작곡 실력을 발휘해 자신만의 음악도 만들 것이다. 최종 목표는 멘탈갑 패션아티스트.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아우를 수 있는 공감능력자. 멋짐을 꾸준하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실패는 두렵지 않고 후회와 미련은 꺼내 보지 않기로 한다.

그는 오늘도 넘어졌다 다시 용기를 내 일어섰다. 수고했어, 문정욱.

박솔리 기자 solri@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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