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고 싶은 헤어숍, 사람과 사람이 숨 쉬는 공간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장미꽃길이 펼쳐졌다. 입장부터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매장 입구는 더욱 진풍경이다. 서일주 원장이 손수 꽃꽂이한 화병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고 마른 나무에 건조시킨 생화가 묘하게도 싱그럽다.

#대물림 가치를 실현
두 감성이 만나 더 큰 공간으로 완성된 파크뷰 칼라빈은 파크뷰 바이 헤어뉴스의 제 1대 원장 이상일의 향기 가득한 공간을 유지하되 서일주 원장의 트렌디하고 젊고 긍정적인 분위기, 체계화된 시스템으로 제 2의 헤어숍으로 탄생했다. ‘대물림이란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듯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심’을 버리고 ‘직원이 아닌 제자’로 아랫사람을 바라볼 수 있는 대물림이 진행됐다. 미용계 최초이자 역사를 새로 쓰게 된 것이다.

이상일 원장은 국내 내로라하는 유명 헤어디자이너를 배출한 인물로 대표적으로 칼라빈의 서일주 원장, 오민코삽스 오민대표, 라뷰티코아 현태대표, 3story 강성우 원장이 있다. 당시 헤어뉴스를 거치지 않으면 톱디자이너가 될 수 없을 정도로 실력과 인재 배출에 월등한 헤어숍이었으며 이 중심에는 이상일 원장이 존재했다.

▲ 사진=1대 이상일 원장, 2대 서일주 원장을 아트갤러리로 꾸민 벽면. 앞으로 이 여백이 3대, 4대 계속해서 채워지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 사진=1대 이상일 원장, 2대 서일주 원장을 아트갤러리로 꾸민 벽면. 앞으로 이 여백이 3대, 4대 계속해서 채워지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이 중 이상일 원장과 뜻과 마음이 통하는 제자가 있었으니 바로 현재의 대세, 서일주 원장이다. 서일주 원장은 얼마 전까지 청담 도심 속 전원주택 같은 공간에서 ‘칼라빈 헤어퍼포먼스’를 운영했다. 워낙 아트적인 감각이 뛰어나고, 돈벌이가 목적이 아닌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으로 그 마음이 고객에게 그대로 전달, 단골이 끊이지 않았던 미용실이었다.

그가 새로운 둥지를 틀게 됐다고 전해졌을 때, 헤어업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대물림’이라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사람들은 조용히 박수를 보냈다. 누군가를 밟고 일어나야 설 수 있다는 현실적인 측면과 남이 잘되는 것보다 내 자신이 더욱 중요한 사회 구조에서 가족이 아닌 제자가 2대를 이끌어 나간다는 것은 업계의 존경을 받을만한 일인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헤어뉴스 출신으로 늘 자부심을 안고 살았고, 친분을 유지해 왔어요. 늘 상업적인 마인드보다 방향과 생각이 매치되는 느낌을 받았고요. 미용계의 역사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오픈하게 되었고 편안하고 아늑하고 여유 있는 진짜 살롱 같은 살롱을 유지하고 지키고 싶습니다.”

#도심 속의 공원

▲ 사진=자연친화적인 공간으로 도심 속 공원을 꿈꾸는 파크뷰 칼라빈
▲ 사진=자연친화적인 공간으로 도심 속 공원을 꿈꾸는 파크뷰 칼라빈
파크뷰 칼라빈의 전경은 숨 쉴 공간이 필요한 현대인에게 안성맞춤인 장소다. 시술을 받을 때 도산공원이 눈앞에 펼쳐져 있어 시선도, 마음도 편안해진다. 곳곳에 자연을 배치해 들어선 순간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빽빽한 시술대와 빼곡히 채워진 고객보다 여유롭고 편안한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빈 공간 자체를 일부러 만들어 갤러리에 들어선 느낌을 주도록 했습니다. 제 성향자체가 자유롭고 여유롭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것이 감동 서비스로 다가기 때문이죠. 마음과 마음은 전해진다고 생각해요.”

#나의 비전은 제자다
“제자를 통해 나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어요. 모습 하나하나, 고객을 대하는 태도, 헤어디자인을 하는 모습 등 일종의 거울이기 때문이죠. 제자를 통해 반성을 하기도 하고 보람을 느끼기도 해요.”

서일주 원장이 제자를 바라볼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기다려 줄 수 있는 여유’다. “개개인 마다 능력치가 다르거든요. 확실한 건 믿고 기다려 주면 본인의 장점이 나타나게 되어있어요. 아직은 부족한 면을 재촉하게 되면 끝까지 진가를 발휘할 수 없어요. 기회를 주는 것이 제 역할이고 언제라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죠.”

그는 틈만 나면 제자들과 함께 토론하고 이야기한다. 뮤지컬이나 영화 등 문화생활도 함께 즐긴다. 헤어디자이너가 아닌 인턴을 뽑을 때도 늘 직접 한다. 내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성향을 이해하고 환경도 알아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보채고 재촉하기보다는 뒤에서 채워주고 끝까지 책임을 주고 싶어요. 동반자이자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아티스트라는 생각을 확실히 가지고, 스트레스를 다른 곳에 푸는 것이 아니라 직업이지만 헤어디자인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매출에 대한 압박을 전혀 하지 않죠. 제자들을 보면 즐겁게 일한다는 게 보일 정도로 그런 분위기를 유지하고 싶어요. 이런 환경이라면 고객도 저절로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서일주 원장은 사람이 함께하는 공간에서, 사람 대 사람으로 고객이든, 직원이든 같은 시선을 유지하고 싶다고 말한다. 내 일을 사랑하지 않는 자, 결코 행복할 수 없다고 단호한 어조로 이야기 한다. 그는 이 일을 하며 단 한 번도 후회해 본적도, 슬럼프가 온 적도 없다고 했다. 자신 같은 마인드라면 분명 제자들도 여유롭고 즐겁게 일할 수 있다고 믿는다. 실제 헤어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몇 년을 기다려야하는 인턴들도 오랜 근무로 소문이 나있으며 헤어디자이너 역시 10년 이상 함께하고 있다고 한다.

#언젠가는 패션디자이너로서 모습을 드러내고 싶다

 
 
그의 패션을 보면 정형화 되어있지 않다. 어제 본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패션에 있어 늘 새로운 시도를 한다. 교과서는 알려주지 않는 타고난 감각이 그의 패션을 완성했다. 액세서리도 적극 활용한다. 헤어디자이너는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며 그래야만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고 고객에게도 멋진 헤어스타일을 완성해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헤어스타일 역시 날마다 다른 모습으로 출근한다. 한때 찰랑이는 생머리로 시선을 고정시켰다면 어느 순간 과감한 커트로 확연한 변화를 준다. 1:9로 빗어 올린 헤어나, 스타일링기로 머리끝에 변화를 준다든지, 서일주 원장에겐 용기가 아닌 일상인 것이다.

그는 사실 패션디자이너를 꿈꿨다. 인연은 우연찮게 패션이 아닌 헤어에 닿았지만 언젠가는 패션디자이너로 활약해 보고픈 꿈이 있다고 한다.

국내 톱 패션디자이너 장광효와도 인연이 깊다. 몇 년째 서울패션위크 헤어와 메이크업을 담당하고 있는 것. 이것 역시 좋아하는 일에, 좋아하는 일을 더해 기쁘게 할 수 있다고 한다. 직원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도 크다.

서일주 원장은 늘 새로운 도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나이가 들수록, 일에 대한 투자는 적어질 수 있지만 백발이 되어도 꾸준히 이 일을 하며 다른 것에도 도전할 수 있는 용기. 그가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 한다. “기자님 기다려 봐요, 꼭 할 거야!” 믿을 수밖에 없는 그의 열정이 그 공간에 숨 쉬고 있다.

눈은 마음의 창이고 인테리어는 주인의 마음가짐이다. 넓고 높게 펼쳐진 도산공원의 전경이 깨끗하고 편안한 서일주 원장의 마음을 표현해주고 있는 듯하다. 파크뷰 칼라빈은 고요함 속에 즐겁고 단아하며 아늑하다. 서일주 원장의 미소처럼.

사진=김세진studiomandoo@gmail.com
박솔리 기자 solri@beautyhankook.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뷰티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