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마 머리씨, 이건 제 업무입니다만~”

 
 
오랜만에 방영 시간이 기다려지는 드라마가 나왔다. 몰입도 최고를 자랑하는 ‘직장의 신’!

남자에게 의존적이거나 사랑에 목숨 거는 한국 드라마 속 전형적인 여주인공과는 차원이 다르다. 유쾌, 상쾌, 통쾌한 재미와 이 땅 모든 계약직들에게 대리만족을 안겨주고 있는 ‘직장의 신’ 미스 김 이야기다.

섹시하거나 도도하거나! 자신감 있는 현대 여성의 롤 모델로 자리매김해왔던 김혜수가 무채색의 비즈니스 수트와 망사 머리끈 스타일로 변신했다.

124개의 각종 자격증으로 무장하고 빌딩 숲을 누비며 3개월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홀연히 사라지는 자발적 비정규직 ‘미스 김’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기에 모든 불합리와 몰상식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타파해나간다.

찌르면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냉정함과 카리스마에도 그녀에게 연민이 느껴지는 건,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감추고 오직 ‘미스 김’으로만 살아가게 된 아픔이 감춰져 있기 때문이다.

또 유독 자신을 따르는 계약직 정주리(정유미 분)에게 “따라오지마”라며 애써 경계를 긋지만, “소속도 동기도 라인도 없는 우리한테는 이 몸뚱아리가 재산“이라는 뼈아픈 조언도 잊지 않는다.

얽히고설킨 삼각, 사각 로맨스에 재벌 남과 가난한 집 딸의 운명적 사랑, 혹은 출생의 비밀 등 막장 드라마에 지친 시청자들이라면 ‘직장의 신’은 신선하고 반가운 드라마다. 출연진들의 다소 과장된 연기와 만화다운 설정에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지만, 어차피 드라마이지 않는가?

게다가 ‘직장의 신’이 고마운 건 김혜수라는 배우의 재발견 때문이다. 이 드라마에서 30년 가까이 쌓아올린 연기 내공으로 포텐을 터뜨린 그녀는, 김혜수 아니면 그 누구도 이 역할을 대신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최고의 찬사를 듣고 있다.

평소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애티튜드, 글래머러스한 몸을 아찔하게 부각시키는 패션 감각으로 명성을 날리던 그녀가 이제는 절제된 코믹 연기의 달인으로 등극할 참이다. 

▲ 무엇 하나 못하는 게 없는 달인, 만능, 직장의 신 미스 김(사진=KBS 2TV '직장의 신' 방송 장면 캡처)
▲ 무엇 하나 못하는 게 없는 달인, 만능, 직장의 신 미스 김(사진=KBS 2TV '직장의 신' 방송 장면 캡처)
코를 벌름벌름 거리는 연기나 신공에 가까운 신들린 탬버린 춤사위, 또 방영 예고편에서 맛보기로 보여준 빨간 내복을 입고 춤추는 모습 등은 정말 김혜수 아니고서는 대한민국의 어느 여배우가 소화한단 말인가?     

많은 시청자들은 말한다. 미스 김을 장규직(오지호 분)이나 무정한(이희준 분)과의 로맨스로 연결시키지는 말아달라고. 그만큼 ‘직장의 신’에 거는 기대는 사뭇 남다르다. 이 드라마의 본질은 이 사회의 약자인 비정규직의 삶을 택한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건네는 것이므로 그렇고 그런 사랑 타령으로 흐지부지될까 두려워서이다.

오히려 장규직과 무정한의 가슴만 애태우면서 끝까지 자신의 곁을 내주지 않은 미스 김이 이 드라마와는 잘 맞는다. 너무나 강철 같은 그녀도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약한 여자였노라는 결론만은 제발~

“이건 제 업무입니다만~”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선 그 누구보다 정확하고 완벽하게 처리해내는 미스 김. 그녀는 다만, 자신의 일도 남에게 미뤄버리는 정규직 100명하고도 안 바꿀 ‘초강력 슈퍼 갑 울트라 파워’ 계약직일 뿐이다.

김수진 기자 sjkimcap@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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