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규수(해피런㈜ 대표이사)
▲ 노규수(해피런㈜ 대표이사)
홍익인간(弘益人間) 정신이 다시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경제민주화의 기본테마가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상생의 정신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 한국사회의 도덕재무장이나 세계 공동체정신의 확립이 정말 시급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것은 인간에 의한 인간의 복제가 가능할 만큼 인간윤리 위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점, 과학이 자칫하면 인류를 파멸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는 점과 함께 이른바 정보화시대(the Information Age)가 마치 초고속 광케이블의 전송속도(38.4테라bps ; 영화 7200편을 단 1초에 전송)만큼이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검토되어야 할 과제가 됐다. 이 같은 문제점은 한국의 홍익인간 정신 아니고서는 대응책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조정호 교수(한국체대, 철학)에 의하면 한국의 홍익인간 정신이 서구인들에게 시대적 과제로 더욱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급변하는 현대문명 속에서 올바른 사상을 병립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상생과 공존방식을 말한 동양 사상에 대한 관심이 서구에서 다양하게 고조되고 있지만, 이를 담론이 아니라 문화 속에서 간직해온 민족이 우리 한국을 제외하고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마 함께 살아가기 위한 품앗이나 계, 향약, 보, 대동놀이 등 우리가 간직해온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 정신이 말로만이 아닌, 우리의 생활문화 속에 고이 간직되어 있다는 점을 서구인들이 발견했기 때문인 것 같다. 전통적인 계는 물론 동창회나 향우회는 또 얼마나 많은가.

돌이켜 보면 우리의 문화 속에서 나타난 사회적 연결구조, 즉 ‘소셜 네트워크’는 그 원리 면에서 현대의 SNS시스템과 다르지 않다. 지난 90년대부터 PC통신을 통해 온라인상에서 동호회나 카페 등 커뮤니티를 만들어 서로 신속히 소통하며, 함께 살아가기 문화를 구축한 최초의 인류가 바로 한국인들 이었다.

그런 한국인을 포함해 세계인은 이미 인터넷과 휴대폰, 컴퓨터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소셜 네트워크’ 시대에 살고 있다. 4월15일 발생한 보스턴 테러에서 범인 형제들이 밥솥폭탄을 터뜨린 원격연결도 휴대폰 벨소리를 진동으로 바꾼 것이었다. 점점 진화하는 정보화시대의 우려는 어느 한 사람의 돌출행동이 정보화시스템을 일순간에 마비시키는 사이버 테러로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이 늘 존재한다는 점이다.

결국 신속하고 광범위한 정보화시스템에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자’는 홍익인간의 윤리를 집어넣지 못하면, 해킹이나 컴퓨터 바이러스의 무차별 유포에 의해 일순간에 국가 전체의 작동이 정지될 수 있다. 지난 3월20일 벌어진 KBS·MBC·YTN 등의 언론사와 신한·농협·제주은행의 웹서버, 직원PC, ATM(자동인출기)등에 대한 무차별 사이버 테러도 이 같은 우려를 낳게 하는 좋은 사례다.

그래서 조정호 교수의 글(단군학연구 제17호. 2007.12)처럼 ‘정보화시대의 홍익인간’이 절대 필요하게 됐다. 따라서 상생의 홍익인간 정신을 현대문명의 위기상황에 대한 돌파구이자 한국의 자산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이를 제시한 단군(檀君) 연구가 필수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고질적인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

하나는 단군이나 홍익인간에 대한 우리 현대 한국인들의 인식이 마치 구석기 시대 돌칼이나 지구 초창기 화석을 보는 듯 과거에 고정되어 있는 점을 현대적으로 교정시켜야 하는 일이다. 그것은 물론 그에 대한 역사학계나 관련기관의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기 때문에 한국학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우선 필요할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일본에 의한 식민지 사관이나 중국에 의한 종속주의 사관에 젖어 단군(檀君)이나 홍익인간 정신을 ‘꾸며낸 옛날이야기’ 정도로 축소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이 아직도 있다는 점이다.

조정호 교수의 말에 따르면, 1231년 몽고가 고려를 침략한 이후 몽고의 지배를 받던 시기인 1285년에 일연(一然)이 삼국유사(三國遺事)에 쓰고, 1287년에 이승휴(李承休)가 제왕운기(帝王韻紀)를 쓰면서 단군과 홍익인간 정신을 우리 역사서에 기술한 것은, 암울했던 시기에 고려 지식인들과 종교인들, 그리고 백성들에게 민족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현대 한국인들은 그 같은 역사가의 정신을 까맣게 잊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오히려 삼국유사나 제왕운기에 등장하는 단군에 대한 이해나 평가를 일본의 한국지배 이론인 식민지사관의 의도대로 따라가고 있으니 그저 통탄할 일이다.

1910년 한국을 식민지로 병합한 일본 제국주의는 한국 민족의 정신적 뿌리를 무조건 말살시켜야 했다. 따라서 삼국유사에 엄연한 역사기록으로 나타난 단군의 건국이념을 한반도 북방 어느 지역의 전설 정도로 깎아내릴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식민지 교육을 받은 당시 조선 학생들에게 단군이란 그저 호랑이 담배 물던 시절의 전설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또 그렇게 일단 뇌리에 박히고 나면 그 생각을 바꾸기란 쉽지도 않을뿐더러 단군이 엄연한 역사적 기록이라는 진실을 새삼 가르쳐줄 사람도 없었다. 결국 한국 지식인들의 일부는 아직도 일본 역사학계의 시각에 철저히 농락당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도 일본의 그런 식민지사관을 자신들의 이익에 철저히 적용시키고 있다. 일본의 한국 역사관에 대해 박수를 치는 상황이다.

중국 역시 단군이 통치한 고조선, 그리고 그 후손이 이어 받아 통치한 고구려와 발해의 땅, 즉 현재의 만주지역에서 한국의 역사 흔적을 철저히 지워야 하기 때문에 단군은 한반도 북방지역에서 떠돌다 사라진 하나의 전설에 나오는 가공의 인물일 뿐이다.

그것이 바로 중국 땅에서 일어난 역사는, 한국의 실재와 전혀 상관없는 일이고, 모두 중국의 역사라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의 시초다. 한국이 고작 단군이란 전설 하나로 중국의 지방정부인 고구려와 발해에 대한 연고권을 주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 “근거가 없다”고 맞받아치려는 전략이다.

우리가 단군과 홍익인간 사상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사이 일본과 중국은 벌써 한국 9000년의 역사를 통일신라시대 이후 고작 1500년의 역사로 축소시켜 놓고 있다. 또 자라나는 그들의 후세들에게 만주의 고구려인, 발해인들은 조상도 없이 그저 중국과 일본의 속국으로 지낸 하나의 부족(조선족)에 불과하다고 가르치려 들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단군과 홍익인간이었기에 그들에게는 당연히 없다.

하지만 정보화시대의 전 인류적 공동체 테마로서 단군과 홍익인간 정신이 화려하게 부활할 조짐이다. 그 한 예로, 조정호 교수 및 한국일보 보도(1999.8.25.일자)에 의하면 지난 90년대 말 미국과 서구사회를 강타한 닐 도널드 월시(Neale Donald Walsh)가 쓴 ‘신과 나눈 이야기(Conversations with god)’가 바로 단군의 홍익인간 정신을 기초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닐 도널드 월시 역시 자신의 책이 바로 ‘홍익인간의 해설서’라고 밝혔다. ‘신과 나눈 이야기’는 당시 뉴욕타임즈 집계 114주 연속 베스트셀러가 됐고, 20여개 언어로 번역 출판됐다. 또 그것을 연구하려는 스터디그룹이 270여개나 생겨났다.

이렇듯 단군의 홍익인간 사상이 바로 서구 선진국에 대한 한국의 문화적 우위를 보여주는 자산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류드라마 ‘대장금’과 ‘허준’이 그런 맥락이다. 현재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한류문화란 홍익인간 사상이 추구해온 세계화 정신이었다.

조정호 교수는 홍익인간을 “정보화 시대에 한국의 정신문화가 세계 공동체에 기여하는 방향을 모색하는 중요한 자원”이라고 보고, “서양이 한국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더불어 사는 공동체 의식을 배우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 교수는 과학문명의 발전 속도가 가속화될수록 홍익인간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보화가 지구촌의 간격을 더욱 좁히고, 인간에 대한 정보와 과학의 지배력이 증가할수록 사람을 중시하며 공동체적 삶을 지향해온 홍익인간의 중요성은 더 부각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래서 홍익인간적인 정보화 윤리가 필요한 시대라고 밝혔다. 만일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의 윤리가 가동되지 않는다면 산업시대에는 상상도 못했던 소수에 의한 대중의 통제, 극단적인 인간소외, 인간성 상실 등의 세계적 공통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다.

우리가 우리 것을 모르거나 과소평가하는 사이, 서구인들이 더 광범위하게 홍익인간 사상을 연구하고 있었다니 그저 놀랍다. 그러다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식민지사관처럼 단군과 홍익인간 역시 서구가 동양에 파견한 인물로 변질되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지난 4월28일, 일본이 연합군 점령 상태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발효 61주년을 맞은 기념식이 일본 천황이 참석한 가운데 도쿄에서 열렸다. 거기서 일본의 아베 총리가 두 손을 높이 들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 식민지 침략 당시 외쳤던 “천황폐하 만세”를 다시 외쳤다고 한다.

저들이 우리에게 노리고 있는 것이 과연 동해상의 작은 섬 독도뿐일까. 이제 우리의 자산들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더 확실하게 다듬어야 할 때가 됐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홍익인간 만세”를 외친다.
 

노규수_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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