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규수(해피런㈜ 대표이사)
▲ 노규수(해피런㈜ 대표이사)
과거사를 정당화하려는 일본 극우파들의 최근 언행이 심상치 않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는 또 지난 5월5일 도쿄 돔구장에서 열린 일본 프로야구 시구식에 등번호 ‘96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등장해 헌법96조 개정을 위한 여론몰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일본 헌법96조는 ‘헌법개정 발의 요건’을 규정한 조항이라고 한다. 현재 일본 국회의원(참의원과 중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되어 있는 헌법개정 요건을 2분의1 이상으로 완화시키겠다고 하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헌법을 개정하고자 하는 대상은 제9조에 기록되어 있는 ‘전쟁 포기와 교전권 금지’ 조항이다. 이를 개정하지 않고서는 일본이 재무장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헌정질서를 유린한 쿠데타나 혁명이 되기 때문이다.

아베 정권 각료들은 한국과 중국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중국 침략 원흉들을 신(神)으로 모신 야스쿠니 신사를 보란 듯이 참배하고 있다. 비록 한국과 중국에는 전범들일지 모르지만, 일본에게는 ‘대일본 제국의 영광을 이끌었던 영웅’이니 그들 신에 제사를 지내든 말든 참견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너희들이 떠들면 떠들수록 우리는 재무장의 길로 가겠다는 제스처다. 과거 자신들의 식민지 종들이 이제 세상 좋아졌다고 종주국 일본에 맞서는 꼴을 더 이상 보지 않겠다는 우월적 잠재심리도 다분히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아베정권에 대한 일본인들의 지지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천황폐하 만세를 더 외치고 있다. 자라나는 세대들에 대한 그들의 민족주의 역사교육은 더욱 철저하다. 그 증거가 바로 일본 극우단체에 속한 한 여중생의 ‘한국인 대학살’ 구호다.

그 소녀는 지난 2월24일 일본 오사카 스루하시 역 앞에서 벌어진 반한 시위에 앞장서면서 마치 유관순 열사가 일본 침략에 대항해 독립운동 하듯이 “한국인이 정말 싫고 견딜 수가 없다. 죽이고 싶다”며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남경대학살처럼 ‘스루하시 대학살’을 일으켜 버릴 것”이라고 소리쳤다. 이 장면은 국내 언론에도 보도되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 섬뜩함을 목격했을 것이다.

그 중학생 여자아이가 과연 무엇을 알아서 그랬을까. 일본의 황국 역사교육을 철저히 받았기 때문이 아니고서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중국이 분노하고 있는 1937년의 남경대학살은 과거 일본군이 중국의 난징(남경)에서 중국인 포로·일반시민 40만 명가량을 학살하고 여성들을 무차별 강간한 사건을 말한다.

중국이 일본에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의 극우세력은 그런 학살은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었는데, 순진하게 여중생은 그가 배운 75년 전 일본의 ‘혁혁한 황국전쟁’을 자기 입으로 실토하고 만 것이다.

그들은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하는 것도 세계 평화를 위한 길이라고 한다. 그렇듯 일본의 역사왜곡이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지만, 그들이 한국 역사의 정통성까지 말살하려고 했던 치욕은 이제 바로 잡아야 한다.

우리는 흔히 ‘단군의 자손’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정통성을 요약한 그 말은 대체적으로 수긍하는 것 같다. 그런 단군이 통치했던 고조선은 현재의 한반도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드넓은 만주대륙과 중국 본토 일부를 포함한 ‘동이족(東夷族)’의 나라였다.

하지만 우리의 역사교육은 아직도 일본의 식민사관 하나 철저하게 청소하지 못하고, 일본의 논리대로 ‘단군은 곰의 자식’이라고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김지하 시인은 물론 많은 지식인들과 역사가들은 과거 일본의 역사학자들과 국내 일부 실증사학자들이 단군조선을 모두 신화로 치부해버리는 점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그래서 아직도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우리의 역사는 비파형 동검이 출현한 청동기로 한정해서 상고사의 시한을 기원전 천년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조선 이래 9천년의 민족역사 기록을 5천년으로 줄인 것도 모자라, 교과서에는 고작 BC천년부터로 적고 있고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

영토 또한 마찬가지다. 단군을 죽이고, 단군조선을 부정하다 보면 중국 본토에서 활동하던 동이족의 근거지 전부를 한반도 안으로 집어넣게 된다. 그것이 일본의 식민사관이었다. 현재 중국의 동북공정 논리와도 맞아떨어진다. 그래서 고조선 지역이 마치 쥐새끼를 자루 안에 집어넣은 것처럼 전부 평양 근처 아니면 구월산 근처로 한정하고 있다고 김지하 시인은 한탄한다.

왜 우리 스스로 우리 역사를 자학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지하는 1999년8월 매헌 윤봉길의사기념관 강당에서 ‘홍익인간도 죽었는가?’라는 주제발표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동이족의 근거지는 사실 저 넓은 만주와 중국 본토 대륙이다. 지금 와서 영토 확장을 목표로 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과거의 영토는 우리 정신의 크기다. 영토가 쪼그라드는 만큼 2세 교육과정을 통해서 청소년들의 머릿속에 있는 현재의 조국은 쥐새끼가 들어가 앉아있는 조그만 부대자루에 불과하다. 이 담론은 우리 마음속에 들어와 있는 스케일이 세계로 나아가고, 인류를 향해서 손을 뻗을 수 있는 것이 초보적 교육과정에서는 영토의 크기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는 역사에서 회복되어야 한다.”

우리 역사와 영토가 쪼그라들고 만 것은 우리 스스로의 책임이 가장 클 것이다. 일본의 여중생조차 한국인을 우습게보고 국제적으로 조롱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에 대해 유경문 교수(서경대)는 2000년 발표한 ‘홍익인간 사상과 경제’에서 일본의 식민사관에 춤추고 있는 국내 일부 실증사학자들을 비판하고 있다.

그는 과거 왕조의 변화과정에서 새로운 지배계층은 자신들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옛 기록들을 파괴하게 됐고, 근대에는 일본에 의해 그나마 남아있던 단군조선사의 사료들마저 거의 대부분이 사라졌다고 밝히면서 다음과 같이 토로했다.

“이러한 역사적 과정을 고려하지 않고, 또한 고대 중국의 여러 사료에서 단군조선에 관한 기록이 엄연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일부 사학자들은 자료가 없기 때문에 단군조선사를 정사로 인정할 수 없다며 단군신화로 취급함에 비통함을 느끼는 동시에 그들이 역사학자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이와 관련, 중앙일보는 1999년 12월6일자 ‘단군관련 사서(史書), 일 왕실도서관에 가득’이라는 기사에서 “조선총독부 초대 총독 데라우치 마사다케(寺內正毅)의 명령에 의해 1910년11월부터 이듬해 12월말까지 고사서 51종 20만여 권을 일본이 약탈해갔다”며, “그때 단군조선에 관한 서적 대부분이 사라진 것으로 되어 있고, 최근 일본 궁내청 쇼료부(書陵部;일본 황실도서관)에 ‘단군조선에 관한 책들이 쌓여 있다’는 새로운 주장이 등장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왜 단군을 죽이려 하는가. 내가 우리 민족정신인 홍익인간 사상을 말하고, 이를 토대로 상생과 공존을 위한 공동체경제 개념으로서 홍익인본주의를 발의하자 마치 요상한 신흥종교의 포교활동을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사람까지 있다.

주로 일본의 식민사관 논리를 기독교 논리에 적용해 단군을 우상이라 단정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한때 단군상을 파괴하기도 했다. 우상이란 실제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이나, 덴마크의 ‘인어공주 상’ 같은 것들에나 붙이는 말이다. 해방 직후 민족교육 이념으로 단군의 홍익인간을 발의한 사람은 기독교 목사이자 연세대 초대 총장이었던 백낙준 박사였고, 이를 받아들인 세력이 일본의 신사를 헐고 그곳에 기독교 교회를 세운 이승만 박사였다.

유경문 교수에 따르면, 루마니아의 ‘25시’의 작가이자 신부인 게오르규(C. V. Gheorghiu. 1919~1992)는 1984년에 쓴 ‘한국찬가’에서 “한민족이 낳은 홍익인간 사상은 미래 21세기의 태평양시대를 주도할 세계의 지도자 사상”이라고 역설했다. 프랑스 신문 ‘라 프레스 프랑세즈(La press Francaise)’는 1986년 4월18일자에서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이란 단군의 통치이념은 이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법률이며, 가장 완벽한 법률”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이 2차 대전의 신(神)들에게 참배하고 재무장으로 가는 것은 어쩌면 그들의 선택일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우리 역사의 정통성을 지키며, 민족정신을 계승해야 그들과 맞설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총칼의 힘보다 더 강한 우리 민족의 힘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홍익인간 만세를 외친다.

노규수_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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